극락조
극락조(極樂鳥) 기이하게 생각되는 새가 하나 있다. 이름이 극락조이다. 천상의 새, 또는 천국의 새다.역시 환상적인 이름이다. 극락이라, 불교에서 말하는 천당인데 그러면 불사조나 봉황 같은 상상의 새인가?
정글에 사는 현세의 새다. 이 새는 그 이름만큼이나 아름답다. 세계의 새들을 다 모아 놓아도 이만큼 예쁜 새를 찾아 보기 힘들다. 극락조가 짙은 정글 사이를 사뿐 사뿐 날아 다니는 모습을 보면 마치 하늘에서 날개 옷을 입은 선녀가 하늘하늘 하강하는 것 같이 보인다.그러나 천상의 새라는 이름은 그 모습이 아름다워서 붙여진 것이 아니다. 억지로 받은 서럽고 모진 이름이다.
극락조는 보르네오 섬과 그 인근 인도네시아 서부 일대, 그리고 오스트라리아 서부 일대의 깊은 숲 속에 산다. 종의 종류가 다양해서 42개나 되는 종이 있다. 크기 또한 차이가 극심해서 참새만한 크기에서 어지간한 거위 크기의 큰 종도 있다. 생김 생김이나 색깔도 가지 각색이어서 그저 멧비둘기 수준의 수수한 모습의 극락조에서 눈을 믿을 수 없을만큼 화려한 극락조까지 변이의 폭이 엄청나게 크다. 오페라 극장 같은 전용 무대를 만들어 놓고 요란한 소리를 질러대며 짝을 유혹한다.
극락조는 이미 아시아에서 그 아름다움의 가치가 널리 알려져 있던 고급 상품이었다. 이 극락조가 신의 새라고 소개하면서 스페인 국왕에게 전해 달라고 그 깃털이 고스란히 보존된 몇 장의 새가죽을 선사했었다. 마젤란 함대의 유일하게 생존한 마지막 배가 돌아와 이 극락조의 깃털을 국왕에게 바치자 유럽에서는 그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아름다움이 화제가 되었었다. 뉴기니아 원주민들은 이 새의 깃털 가죽을 팔 때는 날개와 다리를 제거 한 후 팔았다고 한다.
그 섬의 원주민에게 극락조가 다리도 날개도 없이 살 수 있느냐고 물어본즉 그들은 그 새가 'bolong diuata', 다시 말하면 이 다리가 없는 새는 신을 모시는 새이기 때문에 절대 땅은 밟지 않고 하늘에서 흐르듯 살면서 이슬만 먹고 살다가 죽을 때에야 땅에 떨어진다고 설명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다리는 없어도 된다는 말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그 때는 그런 때였던지 이런 전설을 유럽인들은 그대로 받아들였다. 털가죽을 몇 장씩 가져온 이 새는 '천상의 새' 다시 말하면 'Birds of Paradise' 라는 이름이 정식으로 주어졌다. 유럽형으로 바꾼 이름이다. 그래서 나무에 매달아 놓은 바구니 안에 넣고 깃털은 밖으로 길게 늘어뜨리고 길렀던 것 같다.
다리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흔적을 찾기 어렵게 아물었고 그 흔적도 깃털에 가려져 얼핏 보면 정말 다리가 없는 신비한 새로 여겼을 것이다.
이것이 맞는다고 보면 극락조의 환상적인 이름은 인간이 동물에 가한 잔인함의 결과라고 할 것이다. 환상적인 아름다움의 극치를 다한 이름의 뒤에서 인간들의 잔인한 탐욕때문에 원하지 않은 병신이 되어서 목이 메어 울었을 극락조의 슬픔이 묻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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