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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달걀입니다(찐 계란 아님)

천수만이무기 2009. 7. 5. 12:30

삶은 달걀이다 / 최복현

 

어떤 사람이 도를 닦으러 산으로 갔습니다.
이 사람은 세상의 이치를 깨쳐 도인이 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20년의 세월이 흘러도 진정한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그 사람은 하산을 결심했습니다.


그 사람이 시골 장터를 지나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느 계란장수 할머니가 이렇게 외쳤습니다.

"삶은 달걀이요!"

이 말에 그 사람은 단박에 도를 깨쳤다고 합니다.

'익힘'과 '살아감'의 이중적인 말뜻도 재미있지만
여기서 우리는 문자와 의미에 얽매이지 않는
진정한 삶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삶은 달걀'이 곧 삶이요,
'삶'이 곧 달걀과도 같은 이치라는 것이지요.

 

동그랗게 생겨서 돌리면 비틀거리며 도는 달걀,
삶도 이처럼 기우뚱거리며 도는 건 아닐까요.
중심을 잡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달걀 노른자위를 많이 먹으면 동맥경화에 걸린다고 합니다.
이 표현은 말하자면 권력 있는 자들의
동맥 경화에 걸린 말과 행동,의식,
그리고 후안무치를 꼬집는 말이겠지요.
흰자위인 국민들의 냉정한 심판을
자발적인 떠받듦으로 착각하여 그 환상에 중독되어 버린
위정자들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아왔습니다.

 

상한 달걀은 소금물에 담그면 떠오릅니다.
보기엔 다 똑같은 달걀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검사를 해보면 구분이 됩니다.
상한 달걀이 물 위로 떠오르듯,
머리 내밀기 좋아하고 드러내 보이기 좋아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는 또 다른 표현입니다.

우리의 삶은 여러 모로 달걀을 닮았습니다.


진정 우리의 삶이
남에게 보호받는 삶이라기 보다는 남을 보호하는 삶,
달걀의 껍질과 같은 삶도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
노른자위 같은 삶도 물론 중요하지만
모두가 노른자위가 될 수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노른 자위는 주어진 특권만큼 베풀어야겠지요

남보다 돋보이기를 원하는 삶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직업의 특성상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비록 스스로 뜨지 못하는 달걀이라 할지라도
펄떡이며 튀어오르는 생선처럼 싱싱하고,
가을 알밤 처럼속이 꽉 찬 삶을 살겠다는 다짐만은
늘 가슴속에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