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글모음/이런 저런 이야기 (92)
천수만 이무기
三南(충청, 전라, 경상)三南(충청·전라·경상)은 지형도 다르고 생산되는 물건이 다르므로 거기에 사는 사람의 개성도 각기 다를 수 밖에 없다. 돈이 갑자기 생기면 쓰는 용도도 각기 다르다고 한다. 충청도 사람은 돈이 생기면 "옷을 사입는다"는 말이 있고,전라도는 "음식을 해 먹고", 경상도는 "집을 고친다"는우스갯소리가 있다. 의식주에 대한 우선 순위가 도마다 각기 다르다는 말이다. 오늘날 보면 유서 깊은 고택들이 영남 에 주로 보존되어 있다. 어림잡아 전국 고택의 60% 가량은 경상도에 남아있지 않나 싶다. 경상도가 특별히 돈이 많았던 지역도 아닌데, 이처럼 좋은 기와집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중의 결속과 가풍의 보존을 중시하는 퇴계학풍의 영향도 있었다고 본다. 기..
주산(주판)의 마지막 세대이자 컴맹 제1세대, 부모에게 복종한 마지막 세대이자 아이에게 순종한 첫 세대, 부모를 부양했지만 부모로서 부양 못 받는 첫 세대, 뼈 빠지게 일하고 구조조정 된 세대인 베이비부머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1년여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했다. 공사가 마무리되자 또다시 일을 구해야 할 처지가 됐다. 새로운 일이 생기면 연락한다고 호언장담하던 팀장도 감감무소식이다. 일반현장에서 다시 막일을 시작할까도 생각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자격증을 따기로 마음먹었다. 제일 먼저 경비원 자격증에 도전했다. 지방대 평생교육원에서 3일간 민간경비교육을 받고 시험에 합격하면 이수증이 나왔다. 스쳐 지나가듯 '경비아저씨' 정도로 알고 지냈던 내가 '경비아저씨'가 된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귀천 / 천 상병 천상병 (1930 ~ 1993) 당대 최고의 천재시인 ?! 시인은 당신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시인이라고 했다. '서정주'니 하는 시인이 유명한듯.. 하지만 자신은 버스 안내양도 알아줄 정도라는 것!!. 1ㆍ 사연은 이렇다. 종로 5가에서 시인의 집이 있는 의정부까지 운행하는 113번 버스 안내양들은 천상병 시인을 모를 수 없었다. 늘 취해있어 대화가 어렵고 늘 주머니가 비어서 차비가 없고, 해서 시인을 어느 정류장에서 내려줘야 하는지를 입사 첫 날부터 교육받게 돼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그 정류장에 도착해서 안내양이 시인을 깨울 때는 중요한 원칙이 있다. '아저씨'나 외모에 걸맞는 '할아버지'같은 호칭에 시인은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시인 아저씨' 라고 불러야, 아님 최소한 '..
H그룹 회장의 비서실장을 수년간 지낸 사람의 말이다. “회장님은 직원이 병원에 입원하거나 사망이라도 하면 해당 부서장을 호출합니다. 그리고 지갑에서 현금(수표)을 전부 꺼내 주면서 직원을 격려하라고 말하지요. 물론 돈이 얼마인지 세어 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회장님이 세지 않고 건네 준 현금이 얼마의 금액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직원 격려 등으로 수표를 사용하면 비서실에서 다시 정해진 금액을 보충해 드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회장님에게서 현금을 세지 않고 받은 부서장들의 행동은 같지 않다는 것이 비서실장의 경험이다. 다수의 부서장은 비서실장에게 “어제 회장님이 주신 돈으로 가족을 격려하고, 장례까지 잘 마쳤습니다”라고 보고하는 것으로 끝이다. 그런데 일부 부서장의 보고는 좀 다르다. “어..
노 시니어존(No Senior Zone)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한 장의 사진이 이슈가 됐습니다. 한 카페 출입문에 적힌 '노시니어존, 60세 이상 출입 제한'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는데요. 카페 주인이 '60세 이상 손님'을 받지 않으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사진은 '노시니어존'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노인을 배제하는 공간은 더 있습니다. 한국 사회 곳곳에 있는 또 다른 '노시니어존'을 살펴봅니다. 나도 노인이 됐다, 모두들 노인이 된다 우리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의료 시설도 좋아진 만큼, 삶의 질 또한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수명도 늘어나고 장수하는 노인들도 많아졌다. 예전 같으면 살아있지 못할 노인들, 이제는 사회의 눈치를 보..
강가 초막(草幕)의 꿈 노년이 되면 서울을 벗어나 조용한 강가에 살고 싶었다. 어느 조용한 수요일 오전 양평의 물가에 있는 집들을 구경했다.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강가 여기저기에 그림에서 본 것 같은 아름다운 집들이 지어져 있었다. 그런 곳에서 살다가 죽어 강가 뜰에 있는 나무 밑에 묻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중 세월의 이끼가 낀 듯한 오래된 집 한 채가 비어 있었다. 나를 안내한 부동산 중개인이 이렇게 말했다. “여기 강가에 살던 영감님이 나이가 아흔 살이 됐어요. 돌아가실 때가 됐는지 집을 내놓고 병원으로 갔어요.” 당연한 사실이 새롭게 들렸다. 그 집주인은 영원히 그 집에서 살 수 없었다. 아프면 그 집을 떠나야 하고 세금 때문에 그 자식이 아버지의 집에서 계속 살 수 없었다. 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