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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모라 불리워진 이름 그 소녀

천수만이무기 2014. 6. 3. 10:43

 

 

 

 

 

식모라고 불리워진 이름 그 소녀..!! 
  
고향 4월에는 진달래가 피고, 벚꽃이 피고,
고향 5월에는 길섶의 찔레향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지,

고향 6월에는 들판에 보리가 누렇게익어 가고 있었지 ...

어쩌다 고향 생각이 날때, 열세살 소녀

희님이라는 이름의 소녀 얼굴이 떠오른다. 

 

집안이 가난해서 열두살이 되던해에 부잣집에서 일을 해주고

처녀가 되면 시집을 보내 준다는 조건이 붙여저
식모살이를 하던 그 소녀..벌써 오십년도 훌쩍 넘은 옛이야기가 됐다.

 

내가 열여섯살 때 몸이 아파서 중학교 2학년때 한해 쉴때가 있었다. 
몸이 약한 나는 항상 심심해서 대문밖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는게 낙이었다.
그때 희님이라는 어린 아이의 일하는 모습에서 용기를 얻었던 나였다.

 

열세살 이라는 소녀 희님이는 개울가에 많은  빨래감도 가져와서 빨래를 했었다.
여름날엔 절구통에 절구질로 보리 방아를 찧기도 했는데, 열세살 아이가

어떻게 힘든 일을 했었는지 지금 생각을 해도 신기한 생각이든다.
요즘  열세살 아이들은 어릿광짓하기에도 바쁜 철부지 나인데..

어느날 ..

그 희님이 식모살이 하던 소녀가 다른 곳으로 갔는지 보이지 안았다.
궁금 해서 그 뒷소문을 알아봤더니 그 부잣집에 청소를 하다가
귀한 장식용 항아리를 금 가게 했는데, 주인 모르게 그 사실을 숨기다가
훗날 주인에게 들켜 쫏겨 났다는 것, 참 안됐다 가엾다 마음이 아팠는데

그해 겨울에 그 장식용 항아리를 금가게 한 장본인이 양심 선언을 했다.

 

서울에서 학교 다니는 딸 금이가 희님이 소식을 듣고 마음 아파 하다가
방학때 엄마에게 그 항아리 금가게한 사실 이야기를 했다는 소문이다.

그뒤에 그 억울한 누명을 쓰고 쫏겨 났다는 희님이소식은 들을수 없었고,
세월가니 모두 고향을 떠나 살게되니 잊혀진  옛 이야기가 됐다.

 

벚꽃길 걸으면서..문득 오랜 옛날 희님이 생각에
그 소녀도 지금 늙은 할머니가 됐을 것 이라는 생각이..
지금도 살아 있는지 안부가 궁금 해진다.

 

요즘 세상이야 억울하면 억울하다고 대들고 따질수도 있지만
그 시절엔 왜 그랬을까?.. 힘없는 사람들이 죄를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당하고도 억울함을 평생 안고 살아 갔었는데..

 

그래, 그래..지금 세상엔 CCTV란것 잘 나왔어 힘없는 사람에게 힘되어주는
CCTV 아침에 그 억울함을 안고 살 희님이란 소녀의 평생 안부가 궁금 해진다.

 

보리 방아도 찧고 개울가에서 손빨래도 하고 크면 시집 보내준다는 조건으로 살았던
힘없던 식모 소녀 희님이 어린시절  소녀의 꿈도 없이, 일만해야 했던 식모라는 이름의 굴레

지금 그 소녀도 할머니가 돼서 어느 하늘 아래서 살고 있겠지..

4월에 피는 꽃들이 그 소녀의 안부를 전해주듯, 바람에 꽃잎이 내리고 있다.

 

그 고생, 고생도 모르고 살던 식모란 이름 속의 소녀
그 희님이라는 열세살 소녀 안부가 무척 궁금해지는 아침이다. 

 

잘살아도 못살아도 세월은 가고  그 가는 세월 속에

슬픔도 기쁨도 감춰두고 지금껏 살아온 우리들의 삶이 아니던가.. 
지금, 그시절 그 사람들이 하나 하나 순서도 차례도 없이 지구를 떠나고 있으니..  

 

詩庭박 태훈의 해학이있는 아침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