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이무기

화장과 장군의 무덤 본문

자료모음/잡동사니

화장과 장군의 무덤

천수만이무기 2009. 5. 2. 16:19

장군님의 무덤


언젠가 프랑스 여행 중에 화가 고흐의 무덤을 찾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가 죽은 오베르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그에게 어울릴 만한 호화로운 무덤을 찾다 하마터면 허탕을 치고 말 뻔했다. 그의 무덤은 마을 밖의 보리밭 속에 있는 빈약한 묘지 안에 있었으며 묘석도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소박한 작은 돌이었다.

그때에는 그냥 외국화가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인색한 대접 탓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나의 청소년시절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문학가 중의 한 사람인 로망 롤랑의 무덤도 그의 고향인 부르고뉴 지방의 한 시골마을의교회묘지까지는 곧잘 찾아갔지만 한참 동안 헤매야 했다. 울창한 나무 숲 한 모퉁이에 흙과 먼지를 뒤집어쓴 허름한 네모꼴 묘석이 외로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외국에서는 아무리 세계적으로 대단한 인물이라도 무덤들은 소박한 게 보통이다. 드골 장군 같은 권력자의 무덤도 시골구석에 있으며 그나마 2평도 안 된다. 그것은 아마도 인간의 재생(再生)을 믿어온 서양인에게 있어 무덤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라는 생각에서인지도 모른다. 특히 가톨릭교회에서는 지금까지 매장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화장으로 뼈가 타버리고 나면 죽은 사람이 부활할 수 없다고 믿은 때문이었다. 마녀나 극악 범죄인을 화형에 처한 것도 부활의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 로마교황청도 지난 63년에 화장금지령을 정식으로 폐지했다.

20세기 최고 소프라노의 한 사람이던 마리아 칼라스가 가톨릭신자였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유언에 따라 화장된 다음에 유회(遺灰)가 조국인 희랍의 해군 수상정으로 운반되어 에게바다에 뿌려졌다. 지금 그녀의 무덤은 유명한 음악가들이 많이 잠들고 있는 파리 근교의 묘지에 있지만 그 속은 비어있다.


지난 56년에 중국 공산당의 지도층 사이에서 장의를 간소화하고 땅의 활용을 위해 화장하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이때 제일 먼저 모택동 주석이 서명하고 등소평도 이를 따랐다.

모택동은 그의 뜻과는 달리 지금 천안문 광장의 기념관에 안치되어 있지만 다른 원로들은 대부분 병원에서 간단한 고별식을 치른 다음에 화장되는 선례를 만들었다.

등소평의 유회는 북경을 출발한 비행기로 운반되어 유족과 공산당간부들이 바다 위에 뿌렸다.

주은래 총리의 경우도 ꡒ내 유골은 조국의 강산에 뿌려다오ꡓ라는 유지를 따라 총리가 청년시절을 보낸 천진과 황하 등의 상공에서 살포했다. 그런 지 16년 후에 부인이 죽었을 때에도, 둘이 처음으로 만났던 천진시를 흐르는 강물에 뿌렸다.


일본에서는 화장률이 95%나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만큼 무덤문제는 심각하지가 않다. 그런데도 무덤이 차지하는 땅면적을 줄이려고 온갖 궁리를 다하고 있다. 동경에는 아파트형식의 납골당이 있고 묘석들을 벽면에 이어 나가는 벽무덤, 로커식 무덤, 잔디 위에 묘석을 깔아나가는 잔디무덤, 연못물 속에 묘석을 깔아나가는 수중무덤도 있다. 5층짜리 빌딩 안에 묘석을 세워놓은 맨션아파트식도 있다. 아예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ꡐ산골장(散骨葬)ꡑ이라는 것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서민들에게는 화장을 장려하는 듯하면서도 이른바 권력층 사이에서는 여전히 화장을 기피한다. 그것은 한번 국립묘지를 가보기만 하면 안다.


현역 대령이 장군이 되면 36가지가 달라진다고 한다. 이런 계급적인 차이는 죽은 다음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대령까지는 아무리 혁혁한 전공을 세운 군인이라도 화장된다. 그러나 생전에 뒷손가락질을 받아오던 장군이라도 으레 매장된다. 하늘의 별을 따기보다도 어렵다는 별을 달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전공을 세운 셈이라고 할만도 하다. 그런 장군들이 죽은 다음에까지 대접을 받고 일반 군인들에 비겨 월등히 호화롭게 묻히는 것도 이해할 만도 하다. 그 부인까지도 남편을 따라 4평이 넘는 장군묘에 같이 묻히고 국립묘지가 마치 가족묘지처럼 되어버린다 해도 애틋한 부부의 사랑을 권장한다는 뜻에서라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왜 장군만이 매장되고 다른 군인들은 화장되어야 하는지는 조금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화장이란 신분이며 계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어울리며 지체가 높은 분들은 마땅히 매장되어야 한다는 것인가?


( 홍사중님 / 문화평론가 )


'자료모음 >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0) 2009.05.13
현대과학이 밝혀낸 무병장수 7가지 비결  (0) 2009.05.04
우리나라 자동차 이름과 뜻  (0) 2009.04.23
자동차 엔진오일  (0) 2009.04.23
북한 화페  (0) 2009.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