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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값 2500만원, 밥값 20만원… 특급호텔서 억대 결혼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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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값 2500만원, 밥값 20만원… 특급호텔서 억대 결혼식

천수만이무기 2012. 2. 11. 10:28

 

 

지난 2009년 승진을 앞둔 검찰 고위 간부가 인사 검증 과정에서 곤욕을 치렀다. 아들의 결혼식을 교외에서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렀다고 했지만 조사결과 특급 호텔에서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 현직 금융기관장은 몇해 전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아들의 결혼식을 치렀다. 고위 경제 관료 출신인 이 기관장은 "일부러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고 했지만 당일 유관 기관 직원들이 축의금을 내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본인은 "장소는 특급 호텔이었지만 호화 결혼식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2010년 겨울 서울 강북의 특급 호텔에서 열린 고위 공무원(차관보) 출신의 아들 결혼식에는 2000여명의 하객이 참석했다. 모든 테이블 위에는 참석자 이름이 적힌 푯말이 놓여 있었다. 교통 혼잡이 덜한 초저녁에 진행된 결혼식이었지만 일대 교통은 대혼잡을 빚었다.

A결혼업체 웨딩플래너는 "고급 공무원과 기업가 출신 등 고위층 자제의 결혼식은 90% 이상 특급 호텔에서 열린다고 보면 된다"며 "요즘은 특급 호텔에 뒤지지 않는 예식장이 많이 생겼지만 여전히 무조건 특급 호텔 중에서 추천을 해달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난해 9월 한 외국계 투자은행에 근무하는 회사원도 특급 호텔에서 억대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 하객들은 12만원짜리 양식 코스 요리에 8만원짜리 와인을 곁들여 식사를 했고, 식장 입구에는 신랑·신부의 이름이 들어간 얼음 장식이 설치됐다. 테이블 위에는 네덜란드에서 공수해온 꽃 장식이 놓였다. 호화스러움을 넘어 사치스러운 결혼식이 진행됐지만 하객들이 낸 축의금은 결혼식 비용을 훨씬 넘어선다는 말이 나왔다. 이 회사원의 아버지는 행시 출신 중견 사업가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서울의 한 특급 호텔에서 열린 한 기업체 임원의 아들 결혼식은 꽃값이 2500만원에 달했다. 이 호텔에서 예식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2000만원 이상을 꽃값으로 내야 한다. 하객 1인당 식비는 20만원, 하객들이 식사를 하며 곁들인 와인은 병당 10만원에 계산됐다. 이밖에도 웨딩케이크 100만원, 기념초 30만원 등 양가의 혼주가 호텔에 낸 돈은 1억원을 넘었다.

특급 호텔에서 500~700명의 하객이 참석한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서는 비용이 5000만~7000만원은 나온다. 옵션을 더해 호사스럽게 치르면 금액이 쉽게 억대로 치솟는다. 테이블 위에 놓는 식사 메뉴 카드값으로 30만원을 청구하는 호텔도 있다. 전체 경비에 부가세 10%와 봉사료 10%는 별도로 내야 한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진짜 호화 결혼식은 200명 이하 하객을 엄선한 소규모 결혼식이다. 몇해 전 한 특급 호텔 소형 룸에서 열린 전직 고위 공무원 아들 결혼식이 그랬다"면서 "이런 결혼식의 축의금은 수백만원대도 흔하다"고 말했다.

B결혼업체 관계자는 "호화 결혼식에 하한가는 있지만 상한가는 없다"면서 "부모의 지위와 결혼식의 호화스러운 정도는 정비례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 석남준 기자 | 2012.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