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이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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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와 중독자의 차이..

천수만이무기 2012. 2. 29. 16:46

 

 

 

술 좋아하기로 유명한 천상병 시인은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밥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읊었다. 옛날엔 막걸리 같은 곡주가 열량이나 영양 면에서 밥과 비슷했으며 밥 대신 먹어도 건강이 그리 나빠지지 않았다. 영국이나 독일에서도 젖먹이는 엄마들은 빵 대신 맥주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같은 술인데 예전과 지금의 술에 대한 위상이 왜 바뀐 걸까?

옛날엔 집집마다 곡류나 과일을 발효시켜 술을 만들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화학적으로 알코올을 뽑아낸다. 또 다양한 향을 내기 위해 포도당, 물엿 등을 비롯한 MSG(글루타민산나트륨)까지 종류에 따른 첨가물이 들어간다. 그래서 전통술보다 소주가 더 독하다.

 

 

 

그러나 애주가는 이런 얘기를 들어도 술을 끊을 수 없다.
▷일단 한 모금이라도 술을 입에 대면 끝장을 봐야 하는 사람
▷술을 마시면 꼭 해장술이나 해장국을 찾는 사람
▷주량이 계속 늘어나거나 술을 마시고 나면 죄책감이 드는 사람들은 더 이상 애주가가 아니라 알콜중독자이다.

술꾼들은 최소한 단것을 줄이고 단백질과 비타민B군을 충분히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술에 대한 욕망이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알코올은 십이지장에서 비타민B군이 흡수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간이 알코올을 해독할 때 비타민B와 C를 소모하게 된다. 술을 마실 때는 레몬을 짜서 레몬즙과 함께 마시는 것도 도움 된다. 한편, 15세 전에 술을 마시면 유전자가 손상돼 알코올 의존증으로 이어지기 쉽고, 술이 셀수록 알코올중독으로 이어지기 쉽다.

술 마시고 필름 끊긴다면 알코올의존증 초기

 

회사원 정모(男, 38)씨는 요즘 하루가 멀게 연말 술자리 모임에 참석한다. 평소 주량은 소주 반 병 정도이지만 직장 후배들이 따라주는 술을 받아 마시다 보면 두 병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술자리에서는 기분이 좋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자신이 폭음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만 한다.

2005년 제시된 미국 식품섭취권고안에 따르면 하루 평균 적절한 음주량은 건강한 성인 남성은 각 주류에 맞는 잔으로 2잔 이내, 여성은 1잔 이내이다. 그 이상의 음주를 의학적으로 과음으로 정의하며 한번에 5잔 이상의 음주를 폭음으로 정의했다. 이 기준에 의하면 위 사례에 나오는 정모씨는 폭음을 한 것이 맞다고 볼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맥주 한 잔을 마시면 혈액 내 알코올농도는 1시간 이내에 0.02~0.03%에 도달하고 긴장이 완화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두 잔 정도를 마시면 0.04~0.06%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나타내고 약간 흥분을 하게 되어 호기를 부릴 때가 있다. 세 잔쯤 마시면 0.06~0.09%에 도달하여 몸의 균형이 약간 흐트러지는 것을 느끼고 취기를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이 경우에는 올바른 판단과 사고력을 갖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네 잔쯤 연거푸 마시면 혈중농도가 0.10~0.12% 정도 되어 몸의 균형을 잃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다섯 잔을 마시면 혈중농도가 0.12~0.15% 정도가 되어 언어구사 및 사고 판단이 저하된다. 그 이후로도 계속 술을 마시게 되면 혈중 알코올농도는 더욱 높아져서 뇌의 중추신경 기능은 현저히 떨어지고(0.2%), 몸을 가누지 못하고(0.3%), 의식이 없어지고(0.4%), 깊은 혼수상태에 들어가고(0.5%), 심하면 심장마비나 호흡중지(0.6%)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양의 음주를 하여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면 교통사고, 안전사고의 가능성이 높아지며 건강에도 상당한 위협을 가하게 된다. 또한 술 취한 상태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필름이 끊기는’ 상태가 될 수도 있는데 이러한 일시적인 현상을 ‘기억상실(blackout)’이라고 한다. 의학적으로 기억상실 증상은 알코올 의존의 조기 증상이며 알코올 의존의 한 특징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알코올 의존이 아닌 사람들에서도 일어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보통의 사회적 음주 수준에서는 기억상실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술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경제적으로 볼 때 한해 13조 이상의 손실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물론 말이 잘 통하게 되고 집단 결속력이 강해진다는 긍정적인 면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인의 건강을 생각해 볼 때 과음과 폭음은 관상동맥질환이나 뇌혈관질환 등의 증상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상대방의 주량을 인정하고 배려해주는 ‘건전한 음주문화’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정진규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