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이무기
귀천 / 천 상병 본문
귀천 / 천 상병
천상병 (1930 ~ 1993)
당대 최고의 천재시인 ?!
시인은 당신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시인이라고 했다.
'서정주'니 하는 시인이 유명한듯..
하지만 자신은 버스 안내양도 알아줄 정도라는 것!!.
1ㆍ
사연은 이렇다.
종로 5가에서 시인의 집이 있는 의정부까지 운행하는
113번 버스 안내양들은 천상병 시인을 모를 수 없었다.
늘 취해있어 대화가 어렵고
늘 주머니가 비어서 차비가 없고,
해서 시인을 어느 정류장에서 내려줘야 하는지를
입사 첫 날부터 교육받게 돼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그 정류장에 도착해서 안내양이 시인을 깨울 때는 중요한 원칙이 있다.
'아저씨'나 외모에 걸맞는 '할아버지'같은 호칭에 시인은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시인 아저씨' 라고 불러야, 아님 최소한 '시인 할아버지' 정도는 돼야
이 분은 눈을 뜨고 안내양의 부축을 받으며
보무도 당당하게 하차를 승인하곤 하셨다. ^^
종점까지 갔다가 돌아오거나 한바퀴 더 돌아 종로5가
기독교 방송국 앞에서 시인이 소피보는 걸 기다리느니
정중히 모시는게 문화대국의 국익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버스회사는 판단한 것이다!
어쨌든 버스 안내양도 알아주는 시인 천상병은 버스 안내양들이
잘 모르기도 하는 서정주 정도의 시인을 안주삼아 막걸리를 마시곤 했다.
키가 작고 몸이 작은 만큼
막걸리가 많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2ㆍ
천상병 시인은 생전에 지인들에게
세금(?)으로 500 원에서 1,000원을 받아냈다.
80년대 이후로는 1,000원 ~ 2,000원이 되었다.
그런데 징수(?) 기준이 특이했다.
꼭 지인한테만 받았고 지인이 아닌 사람한테는 돈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어른이라 생각하면 1,000원, 어른이 아니라 생각하면
500원씩을 받았다고 한다.
그 기준도 나이같은 게 아니라 결혼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결혼한 사람에게는 1,000원, 결혼 안한 사람에게는 500원씩 받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천상병 스스로 어지간히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면
돈을 걷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돈을 주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시인에게 '현금지급기'나 마찬가지인 김인 국수가 어느날 천원을 못 주겠다고 했다.
자신은 대한민국 바둑의 최고봉인 국수인 만큼 오늘부터 천원이 아니고,
이천원으로 올리면 주겠다고 으름짱을 놨다.
천상병이 김인을 한참 노려보다가 하는 말이 왈,
“어이, 김 인이! 까불지 마라!
넌 아직 천원짜리 밖에 안돼 !”
둘은 호쾌하게 까르르 웃었다.
그는 자신이 구차하게 돈을 구걸하는 게 아니라,
형편을 봐줘서 받아 주는 것이고 그만큼
호의를 베푸는 것이라고 편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이렇게 천상병이 걷어간 돈들은 대부분 술값으로 소모되었다.
3ㆍ
평소 친하게 지낸 김동길 교수가 매일 술을 마시니까
이왕이면 좋은 술을 마시라고 비싼 '조니 워커' 위스키
한 병을 선물했는데 다음에 만났더니
"교수님이 주신 그 비싼 양주에는 입도 대보지 못했다,
아내가 비싼 술이니까 팔아서 막걸리나 사서 마시라고
해서 팔아서 막걸리를 마셨다"!
라고 천진난만하게 얘기했다.
4ㆍ
당시 '귀천'에 자주 다니던 사람이
천 상병 시인에게 빌린 돈을 언제 갚을 거냐고
묻자 천상병 시인이 이렇게 답했다.
"허허, 내가 죽으면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서
포장마차를 하고 있을 테니 찾아오면
갚을 만큼의 공짜술을 주겠네."!
이 이야기는 일본인이 쓴
'세계 유명인의 명대사'란 책자에 실려있다.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중퇴! 그는 천재다!
"서양 문학사"정도는 한권을 다 외웠다!
그는 천재이고 부인이었던 목순옥씨는 천사였다!
하늘나라에서 둘은 너무 행복할 것이다!
나이 묵어가니 "귀천" 같은 시가 좋아진다!
귀 천 / 천 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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