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이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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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주변 볼거리

갯바람의 낭만과 맛이 어우러진 味港(남당항)

천수만이무기 2009. 10. 26. 18:51

갯바람의 낭만과 맛이 어우러진 味港

매년 봄 남당리 새조개 축제열려

 

충남 홍성군 앞바다 천수만은 바다속의 또다른 호수다. 서해로 뭉툭 솟아나온 태안반도의 밑자락으로 기다란 안면도가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어 물은 언제나 멈춘 듯 고요하다.  이렇게 가둬진 천수만 바다는 천혜의 산란지. 생명의 원천인 뻘을 품고 있고 물살이 잔잔해 물고기들이 새 생명을 잉태하는데 제격이다. 태평양의 수많은 물고기들이 이곳을 산란장소로 삼고 있어 천수만과 그 입구 주변은 물 반 고기 반의 최대 어장이다.

 

그 천수만의 한 복판 홍성 땅에 크지 않은 항이 있으니, 많은 이들이 맛의 항구 미항(味港)으로 주저 없이 손꼽는 남당항이다. 포구의 해변은 바다와 나란한 좁은 도로를 따라 횟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지난 가을 `새우의 귀족' 대하로 들썩였던 이 거리는 찬바람이 불자 또다시 새 희망에 달떴다. 바로 `조개의 명품' 새조개 때문이다.

 

야구공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뭉툭한 새조개는 속살의 발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 11월부터 3월말까지가 제철로 수심 5~35m의 뻘과 모래가 섞인 곳에서 자란다.  그중에서도 2월에 잡히는 것이 살이 통통하게 올라 맛이 뛰어나다. 양식이 불가능한 100% 자연산으로 나는 곳이 한정되고 맛이 뛰어나 값이 높다.

 

새조개는 본디 서산·홍성·보령 등 천수만 해안에선 나지 않던 조개다. 호남지역 남서해안에서 주로 잡히던 이 조개가 천수만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서산 간척지 사업으로 방조제가 생기면서부터다. 바다 메우기 공사로 황토가 천수만에 흘러들고, 유속이 줄어 연안 바닥에 앙금이 쌓이면서 새조개 서식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천수만 새조개는 단백질에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육질이 좋을 뿐아니라 철분이 많고, 쓸개즙 분비와 피로회복에 좋은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 겨울이면 전국의 미식가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량을 일본에 수출했지만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식도락에 눈 뜨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국내 소비할 물량도 소화하기 힘든 실정이다.

 

남당항의 횟집거리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식당 50여 곳과 `파라솔'이라 불리는 간이 포장집 100여 곳이 마주보고 있다. 포구의 규모에 비해서는 횟집수가 상당히 많다.

 

남당항은 2004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새조개 축제를 열어 이를 선점했다. 축제기간에는 새조개 요리축제, 해변마라톤 대회, 새조개 캐기 체험 등 재미있는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진행된다.

 

 새조개는 살집이 크면서도 부드러워 통째로 물에 데쳐 먹거나 구워 먹는데, 입안 가득 연하게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포장집들에선 주로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는 `샤브 샤브'를 많이 낸다.  팽이버섯, 무, 대파와 바지락을 넣고 바글바글 끓여낸 육수에 새조개를 살짝 담갔다 먹는다.  살짝만 데쳐 오래 씹어야 제 맛이다. 오래 익히면 질겨지기 때문이고 씹으면 씹을수록 더욱 달콤해진다. 여느 조개와 달리 갯냄새도 나지 않는다. 자극적으로 진하지 않으면서 은근하고 고급스러운 맛. `조개의 명품'이라 불리우는 이유이다.  새조개를 건져낸 국물은 그야말로 진국이다. 이 시원하고 달큼한 국물에 끓여먹는 국수 맛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새조개로 배가 불렀으면 방파제를 따라 산책을 나서자. 갈매기와 친구하고 낚시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당에서 천수만을 따라 어사리, 상황리, 궁리를 거쳐 서산방조제까지 오르는 길은 환상의 드라이브길. 완공된지 얼마 안되는 이 해안도로는 서해 갯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직 찾는 이들이 드물어 뻘에 부딪히는 겨울 햇살의 나른함을 맘껏 감상할 수 있다.

 

남당항은 특히 일몰이 아름답다. 해는 바다로 떨어지지 않고 천수만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길게 누운 안면도로 진다. 물빠진 드넓은 갯벌에는 목선이 하나 둘 머리를 박고 있고, 시뻘건 햇덩이가 수평선에 바짝 엎드린 안면도 위로 넘어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홍성은 일제시대 조국애를 불살랐던 두 영웅의 고향이기도 하다. 만해 한용운과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생가가 남당항과 가까이 있어 둘러볼 만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결한 기상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유적이다.

 

남당항에서 40번 국도를 타고 남으로 7, 8분 달리면 보령시 천북면이다. 바닷가를 끼고 수많은 굴구이 포장마차가 연이어진다. 오래 전 이곳은 굴을 따서 생계를 유지하던 갯마을. 굴캐는 아낙들이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모닥불을 피웠고, 허기를 달래려고 굴을 껍데기째로 불에 넣고 구워먹기 시작했다. 알음알음 이 맛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원조 굴구이'단지가 조성됐다. 지금은 남당리를 연계하는 대교가 생겨나면서 관광지로 자리를 매김했다. 굴구이는 생굴보다 훨씬 부드럽고 달콤하며, 비릿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겨울이 깊어야만 살이 통통하게 오른다는 굴의 제맛을 즐길 수 있다. 김경희기자


[사진] 남당항의 해는 바다로 떨어지지 않는다. 시뻘건 햇덩이가 천수만을 사이에 두고 수평선에 바짝 누운 안면도 위로 넘어가는 모습은 그 유명하다는 꽃지나 간월암의 일몰에 뒤지지 않는다.


[여행정보]

 

맛보기

 

새조개는 내장을 떼어낸 뒤 회로 먹기도 하지만 주로 데쳐먹는다. 널찍한 냄비에 무·대파·마늘·팽이버섯 등을 넣어 끓인 물에 조갯살을 담가 살짝 데쳐 상추나 김에 마늘·고추장을 곁들여 싸먹는 이른바 `샤브샤브'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조갯살을 술안주 삼아 적당히 배를 채운 뒤엔, 조개맛이 녹아든 국물에 칼국수나 라면 사리를 넣어 끓여 먹는다. 시원하면서도 진한 국물맛이 어우러진 색다른 면의 맛을 체험할 수 있다.

 

시장보기


새조개 등의 해산물이 유명한 만큼 새우젓 등 각종 젓갈을 파는 큰 시장이 인근 광천에서 매일 열린다. 남당항에서 30~40분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 광천역 바로 앞에 있는 광천시장에 도착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길이가 200~300미터 정도 되는 토굴에서 저장한 새우젓 등 각종 젓갈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광천 토굴은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새우젓을 최상의 상태로 숙성시킨다.


옹기만들기


 새조개, 각종 젓갈이 유명한 홍성이다 보니 이런 해산물을 담아 보관할 수 있는 전통옹기 제작기술이 뛰어나다.  갈산면에 있는 옹기마을에서는 5대째 장인정신으로 전통옹기 제조를 전수해오고 있는데, 전통옹기의 제작과정을 보고, 직접 옹기장이가 되어 물레를 돌리면서 옹기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전통적인 생산방식에 쓰이는 가마도 직접 들어가 관찰할 수 있다. 옹기 만들기 체험은 단체 뿐 아니라 개인도 할 수 있으며, 비용은 1인당 7000원. 직접 만든 옹기는 택배로 배달해주기도 하여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기도 한다. 영화 `조폭 마누라'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 갈산옹기마을 041)633-1711


산책하기


광천시장에서 택시를 타고 매현리로 가면 `그림이 있는 정원'이라는 아름다운 수목원을 만날 수 있다. 충남 보령 출신의 전통공예가 임진호씨가 불구의 아들을 위해 만든 정원.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구석구석에서 시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시선을 두는 곳마다 한폭의 그림이 그려진다. 3만평 정도의 대지에 총 1,330여종의 꽃과 나무가 가득한 명상의 공간이며 2005년 3월 문을 열었다.  수목원 시설 이외에도 카페테리아 `메이', 미술관 `더 갤러리' 등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가족 및 연인과의 데이트 코스로도 적당하다. 다른 수목원에 비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한적한 자연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더 갤러리'에는 임진호씨의 아들이 입에 붓을 물고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림이 있는 정원은 최근 홍성군이 선정한 `홍성 8경'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