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이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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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주변 볼거리

이번 겨울엔 천수만으로 떠나볼까…

천수만이무기 2010. 11. 14. 17:15

 

철새군무, 해넘이, 어리굴젓, 영양굴밥 등

 


겨울날 찬 바닷가에 서면 ‘추운 느낌’ 보다는 ‘머릿속이 깨끗해지면서 개운해지는 느낌’이 든다.

 

눈앞에 탁 트인 바다와 그 위로 스러지는 붉은 노을, 그리고 수많은 철새들이 무리를 지어 하나가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해질녘 서산 천수만의 모습이 그렇다.

 

바다와 호수, 광활한 평야가 어우러진 충남 서산의 천수만(淺水灣). 1984년 충남 서산과 홍성 사이의 8㎞구간을 그 유명한 ‘유조선공법’으로 둑을 막으면서 거대한 방조제가 들어서고 광활한 논과 호수, 울창한 갈대숲이 생겨났다.

 

그때부터 서산 천수만은 우리나라 최대의 겨울철새 도래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서산사람들 인심만큼이나 넓은 천수만 간척지의 가을걷이가 끝나고 나면 논에는 많은 알곡들이 남게 된다.

 

황새
  

또 유기물이 풍부하고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호수에는 많은 수생 동·식물과 이들을 먹이로 하는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 살게 됐고 자연스레 물고기와 나락을 먹으려는 겨울철새들 역시 이곳으로 날아들었다.

 

1억5000여㎡의 넓은 천수만 들판에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말부터 철새들이 하나둘 찾아들기 시작해 추수가 끝날 무렵인 이쯤에 가장 많이 몰렸다가 봄소식과 함께 북쪽으로 이동한다.

흑두루미
 

대부분 시베리아에서 중국을 거쳐오는 새들로 가창오리, 청둥오리, 기러기 등 그 수만 130여종에 이른다. 그 중 가창오리는 전 세계 30만 마리 가운데 20만 마리가 천수만에서 겨울을 난다. 이 외에도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흑두루미, 개리 등 천연기념물도 20여종이나 있다.

 

또 물수리, 황조롱이, 말똥가리 같은 맹금류는 물론 흔히 살쾡이로 불리는 삵도 종종 눈에 띄면서 천수만의 건강한 생명력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노랑부리저어새
   

철새를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요즘이다. 먹이거리가 많다보니 개체수도 많을뿐더러 날씨도 그다지 춥지 않아서 덜 부담스럽다. 그것도 자연의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의 특성상 해 뜨는 시간이나 해질 무렵이 철새를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 가창오리
 

무리를 지어 화려한 군무를 펼치는 이들의 모습을 본다면 입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살아있는 감동’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서산시는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천수만 일대에서 철새탐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황조롱이
 

본래 ‘2010 서산 천수만 세계철새기행전’이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태풍 ‘곤파스’로 막대한 피해를 입어 그 동안 준비했던 철새기행전을 취소하고 철새안내 프로그램과 서식지보호 프로그램만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현재 천수만에는 개리, 흑기러기, 큰기러기 등 기러기류 15만 마리를 비롯해 가창오리 15만 마리 등 총30여만 마리의 철새가 겨울나기에 들어갔다.

큰고니
  

천수만에는 간월도가 있다. 물이 들어오면 섬이 되고 물이 빠지면 뭍이 되는 바위섬 간월도.

 

섬이름 간월도는 ‘달빛을 본다’는 뜻으로 조선시대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빛을 보고 득도했다하여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간월암 일몰

  

어머니 등에 업혀 이 섬으로 들어오게 된 어린 무학대사는 이곳 토굴에서 달빛으로 공부를 하다가 천수만에 내리는 달빛을 보고 불현듯 깨우침을 얻게 된다. 그때부터 섬이름이 간월도가 됐다.

  

매년 정월 보름에는 굴의 풍년을 기원하는 굴부르기군왕제가 열린다. 조선 태종 때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어리굴젓’이 유명하다. 김이 모락모락 막 지은 하얀 쌀밥에 어리굴젓을 얹고 김에 싸서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어리굴젓

 

‘어리굴젓’은 맵고 고운 고춧가루로 양념을 해 만든 굴젓이라는 뜻으로 ‘맵다’는 뜻의 지역방언 ‘어리하다’에서 나온 이름으로 추측된다.

  

어리굴젓과 함께 간월도의 명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영양굴밥이다. 천수만 간척지에서 수확한 찰진 쌀밥에 밤, 대추, 호두, 은행 등을 넣고 알이 통통하게 오른 굴을 듬뿍 넣어서 지은 영양굴밥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최고의 별미이다.

 

달래를 송송 썰어 넣고 참기름을 살짝 떨어뜨린 달래간장으로 영양굴밥을 쓱쓱 비벼서 먹으면 입안에 바다냄새가 가득한 듯 살살 녹는다.

  

정연주 기자(ssinews@daum.net)

2010-11-12 오전 11:51:35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