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맛있는 대하’라는 아주 단순한 키워드에서부터 출발했다. 얼마 전 대하축제가 열렸다는 충남 홍성 남당항에서 시작하여 해안 도로를 따라 떠난 그리 복잡하지 않은 여행 계획. 이제야 비로소 차가워진 바람을 맞으며 작은 포구들을 따라 맛있는 먹을거리로 든든하게 속을 채우려 한다. 대형마트보다 값싸고 도심 속 수산 시장보다 리얼리티가 살아 있으며 1+1 행사보다 더 값진 동네 인심이 있는 곳. 여기에 멋들어진 ‘붉은 노을’은 덤이다.
대하 풍년, 남당항
서울 신사동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두어 시간 달려 도착한 곳. 큰 고기잡이 배들이 가득한 낭만적인 항구 대신, 길마다 빽빽하게 들어선 새우구이 집들을 만나게 된다. 식당 길이 500m밖에 되지 않는 작은 포구지만 근처 안면도와 천수만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이 모두 모이는 알짜배기 항구다. 천수만 대하가 속이 꽉 차고 육질도 쫀득하다는 평이 이미 알려졌기 때문일까. 얼마 전 대하축제를 마쳤지만 여전히 이곳은 아침부터 대하를 찾는 사람들로 새우 굽는 손이 바쁘다.
외관은 허름하지만 실내로 들어가면 모든 식당에서 바다를 내다볼 수 있다. 썰물이면 물이 빠진 대로 갯벌에 부서지는 햇살을 보는 재미가 있고 밀물은 둥실 바다에 떠서 밥 먹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대하 1kg은 2명이 넉넉하게 먹기에 딱 좋았는데, 배가 덜 차면 칼국수를 시켜 마무리해도 좋을 듯. 11월에는 대하와 함께 남당항의 또 다른 별미인 새조개를 맛보러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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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기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 511
대하 가격 포장 1kg 2만3천원, 식당 1kg 3만1천원 선, 11월 7일까지 대하축제 연장선으로 대하를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축제 정보 11월 23일부터 홍성 남당항 새조개축제
갯벌 체험하는 해안 도로 코스, 속동전망대
남당항에서 홍성 8경 중 하나인 궁리항으로 가는 해안 도로는 일명 ‘드라이브 코스(임해관광연계도로)’로 불린다. 멀리 안면도와 죽도, 그리고 이름 모를 작은 섬들이 병풍처럼 둘러 펼쳐진 서해 바다를 조망할 수 있기 때문. 이 도로를 10여 분쯤 달리면 전망대 하나를 지나게 된다. 앞으로는 넓은 갯벌, 오른쪽으로는 해송림과 작은 모섬으로까지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물 빠진 해안가를 무작정 걷다 보니 갯벌 속 꿈틀대는 생명들이 하나 둘씩 눈에 들어온다. 작은 소라는 그냥 주워 담기만 해도 될 정도로 많고, 사람들을 피해 요리조리 뛰어다니는 망둥어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모섬 옆 숨겨진 자갈 해안에는 갈대가 피어올라 적잖은 운치를 준다. 겨울 바다는 쓸쓸하다 했던가. 뜨거운 햇볕, 길을 수놓은 코스모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풍족해지는 이 길에서만큼은 그 말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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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동전망대 앞 갯벌에서는 바지락 캐기와 같은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데, ‘충남 홍성 속동갯벌마을’ 홈페이지(http://sokdong.invil.org)에서 예약 가능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금년에는 태풍으로 인해 바지락이 모두 바다로 쓸려나가는 바람에 2011년부터 신청할 수 있다.
낚시로 세월 낚기, 궁리포구
홍성 8경 중 하나로 낙조가 아름다운 곳. 남당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오히려 그 점이 한가로운 포구의 정취를 만끽하기에는 장점이 된다. 근처에는 수산물 센터도 있어서 제철인 대하, 꽃게, 전어뿐 아니라 회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한낮에 볼거리를 찾기보다 방파제에 앉아 아이와 호젓하게 줄낚시 즐길 것을 권한다.
궁리포구가 조금 아쉽다면 근처에 위치한 조류탐사과학관은 어떨까.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천수만이 가까워 건물 3층 조류 탐조대에서 망원경을 통해 철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총 3층 규모로 작년에 개관해 시설도 깔끔한 편. 조류 전시실뿐만 아니라 새들의 생태를 의인화한 2층 전시실은 마치 동화책을 보듯 재밌게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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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기 충남 홍성군 서부면 궁리 710-14
조류탐사과학관 찾아가기 충남 홍성군 서부면 궁리 692-1
입장료 어린이 1천원, 청소년 1천5백원, 성인 2천원.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휴관 문의 041·630-9696
바다 위에 뜬 연꽃 같은 암자, 간월암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하던 중 달을 보고 도를 깨쳤다 하여 이름 지어진 간월암이 원래는 피안사(被岸寺)였다는 것을 아는지. 간척 사업으로 인해 해안 도로를 따라 쭉 달리기만 하면 도착하는 섬 간월도, 그리고 그 옆의 이름 없는 섬에 위치한 작은 암자. 바닷물의 들고 남에 따라 걸어 건너거나 손수 줄을 잡아당겨 타야 하는 뗏목을 이용해 건너야 한다. 지척에 두고도 쉬이 접근할 수 없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간월암은 늘 신비롭다. 여유가 있다면 바다 위로 달이 떠올랐을 때 간월암을 찾아라. ‘…술잔 들어 밝은 달을 맞으니, 그림자와 나와 달이 셋이 되었네.’ 이태백처럼 월하독작(月下獨酌)의 시구가 절로 떠오르는 전경을 만날 테니.
여행길의 전통 디저트, 생강한과마을
“우리나라 생강 생산의 42.7%가 서산에서 나지요. 지금 14개의 한과 공장들이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마을처럼 몰려 있는 것은 아니고, 요 앞에 차 타고 가면 한과 공장들이 드문드문 보일 거요. 생강한과체험마을이라고 지도에 쓰여 있지만 지금은 아니고 계획 중에 있다대요.” 낙조를 보러 전망대가 있는 도비산으로 가는 길에 만난 생강한과 공장. 서산이 생강으로 유명한 줄은 처음 알았다. 공장이라고 해서 도매만 할 줄 알았더니 도매와 소매를 겸한다. 박스 포장된 선물용 제품과 못생긴 상품만 따로 모아 파는 봉지 제품이 있다.
박스 포장은 가격이 천차만별인 데 반해 봉지 포장은 김장 비닐의 1/3만큼 담아서 1만원이다. 인심 좋은 아주머니께서 가면서 먹으라며 봉지 하나만큼을 더 얹어주시기에 편강(100g 5천원)도 하나 더 집어들었다. “햇생강으로 만든 편강은 색깔이 훨씬 노르스름하고 예쁘지요. 올해는 생강 농사가 잘 안 돼서 지난봄에 저장해둔 것으로 만들었어요. 11월 중순에는 또 수확하게 되니 그때 놀러와요. 햇생강으로 담근 차 한 잔 대접할 테니.” 국내산 찹쌀과 직접 수확한 서산 생강으로 마을 사람들이 직접 만든 그 맛. 생강유과, 생강강정, 생강편강, 입안에 들러붙던 조청의 그 맛. 은은하게 입안에 퍼지는 생강 향이 아직도 달달하게 남는 듯하다.
서해 조망이 뛰어난 도비산
우리는 차를 타고 이동했지만, 도비산은 가파르지 않고 도로가 잘 닦여 있어서 산 입구에 주차한 후 간단하게 오를 수 있는 트레킹 코스로도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비산 길을 올라가면서 서해 바다의 드넓은 간척지를 구경할 수 있는데, 겨울이면 철새가 나는 장관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도비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두 전망대. 다음 코스로 정해둔 부석사로 가기 위해서는 해돋이 전망대보다는 해넘이 전망대로 향하자. 조그만 데크가 놓인 이곳에서는 천수만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시야가 좋은 날에는 저 멀리 중국 땅까지 보인다고 한다. 서해안의 작고 큰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니 가슴 구석구석 쌓였던 이산화탄소가 몽땅 배출되는 기분이다.
찻잔에 속세를 내려놓고 오다, 부석사
영주 부석사와 자칫 헷갈릴 수 있는데, 신기하게도 의상대사에 대한 당나라 선묘 낭자의 못다 이룬 사랑이 서려 있는 창건 설화가 똑같이 전해오고 있다. 하지만 웅장하고 좌중을 압도하는 건축물을 가진 영주 부석사와 달리, 법당 하나하나가 나지막하고 아담하다. 그래서 이미 관광지로 유명해졌지만, 관광지답지 않은 소박한 매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가 보다. 곳곳에는 탑과 돌계단이 놓여 있어 사찰을 둘러보는 즐거움을 더하는데, 삼신당 뒤쪽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거북바위, 선묘굴과 만공토굴도 꼭 둘러보길 바란다. 부석사에서 서서히 해가 바다에 내려앉는 것을 지켜보며 여행에 마침표를 찍는다. 그리고 서울에서 쌓았던 모든 근심을 내려두고 서해안의 낙조와 그 붉은 열정만 안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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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기 충남 서산시 부석면 취평리 131
부석사 템플 스테이 휴식형 템플 스테이는 연중 어느 때나 가능하다. 단, 부석사에서 하는 체계적인 템플 스테이 체험은 단체로 신청하거나 주말에만 참가 가능한 프로그램. 기본 1박2일이고 이상의 일정은 상의해서 늘릴 수도 있다.
비용 1박2일기준 성인 4만원, 초등학생 3만원.
신청 방법 부석사 홈페이지(www.busuksa.com)를 참조하거나 전화(041·662-3824)로 신청. 또는 오후 3시까지 도착해서 사무실에 접수한 후 안내 받으면 된다. 지역적 특성을 살려 철새들을 만나는 천수만 탐조 시간, 망원경 사용법 배우는 시간 등이 일정에 포함되어 있다.
부석사 아래에는 식사와 함께 황토 찜질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한옥 식당 도비마루(02·669-6565)가 있다. 찜질방처럼 숙박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잠깐 피로를 풀고 갈 수 있는 재밌는 장소다. 전통된장찌개가 8천원, 비빔밥 6천원, 게장정식이 1만5천원으로, 관광지치고는 가격도 괜찮고 한 상 가득 밑반찬을 내어주는 차림상도 대단하다. 특히 테라스 형태로 된 툇마루에 자리를 잡으면 단풍놀이까지 즐길 수 있는 곳. 집두부, 빈대떡과 함께 동동주 한 사발도 항시 준비되어 있다.
기획_오지연 사진_장진영 레몬트리 2010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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