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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60년> 해수욕장, 더위를 이기는 최고의 장소

천수만이무기 2014. 10. 25. 16:14

 

<한국관광 60년> 해수욕장, 더위를 이기는 최고의 장소

부산 송도해수욕장의 1962년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예나 지금이나 가장 인기 있는 피서지는 해수욕장이다.

드넓은 모래사장과 수평선까지 뻗은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진다. 

 

1954년에는 한 신문에 '올여름 서울에서 갈 만한 가까운 해변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이 실렸다. 

답은 서울 마포였다. 서해의 짭짤한 바닷물이 밀려오면 해수욕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깃배가 들어오지 않고, 비린내도 없다는 부연 설명이 붙었다.

마포보다 먼 지역으로는 인천 월미도와 송도가 선정됐다.

 

하지만 답변자는 '본격적인 해수욕장'이 다른 데 있다고 말했다.

그가 거론한 해수욕장은 강원도 양양, 충남 대천, 부산 송도였다.

 

부산 남항대교 인근의 만(灣)에 위치한 송도해수욕장은 전국 최초의 공설해수욕장으로 1913년 개장했다.

주변에 소나무가 많고, 물이 맑아 1960년대 초까지는 부산에서 가장 붐비는 해수욕장이었다. 

 

특히 부산 도심에서 가깝다는 사실이 강점이었다.

당시 늦은 봄부터 초가을까지 일요일과 공휴일마다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한다.

 

서울에서 비교적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시설이 잘 구비된 곳은 대천해수욕장이었다.

1950년대부터 피서객이 집중되는 7월과 8월에 대천행 특별열차가 편성될 정도였다. 

 

대한수상경기연맹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각종 영법과 구조법 등을 가르치는 강습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숙박은 하룻밤에 3천 원 정도 하는 여관을 예약하거나 천막을 빌려 해결하고,

음식은 서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식료품 행상에게 구입하면 됐다.

사람들로 붐비는 1973년의 해운대해수욕장.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해수욕장 지위의 일대 변화는 1965년 해운대해수욕장이 정식으로 문을 열면서 나타났다.

해운대는 백사장의 길이가 1.5㎞에 이르는 국내 최대 해수욕장으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숙박업소와 위락 시설이 들어서면서 송도나 광안리로 향하던 사람들이 해운대해수욕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1970년대에는 서울에서도 많은 피서객이 찾아 '서울의 해운대'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무렵 방문자가 급증한 몇몇 해수욕장에서는 바가지요금이 기승을 부렸다.

시중에서 한 병에 50∼70원인 탄산음료를 100원에 팔았고, 시간당 150원 이상을 받을 수 없도록 한 파라솔은 1천 원에 거래됐다. 

 

협정 가격이 존재했지만,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마당에 누구도 물가 폭등을 막지 못했다.

 또 일부 해수욕장은 편의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광객이 집중돼 화장실이나 쓰레기 문제가 발생했다.

 

어선과 피서객이 공존하는 1975년의 강릉 경포해수욕장.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해수욕장 이용객은 시간이 흐를수록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66년만 해도 해운대해수욕장의 성수기 하루 평균 방문자는 10만 명이었으나 1982년에는 70만 명으로 7배나 뛰었다. 

 

소득이 올라가고 바캉스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여름철 해수욕장은 콩나물시루처럼 변해 갔다.

주차장이 부족해 주변 지역까지 정체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 해수욕장의 이용자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떠날 수 있게 됐고,

조용한 곳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운대해수욕장이나 대천해수욕장에는 수십만 명이 몰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콘도와 민박 등 숙박시설이 확충되면서 환경이 보다 쾌적해지기도 했다.  

 

2012년 경포해수욕장에서 바다를 질주하는 바나나보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제 해수욕장은 단순히 해수욕만 하는 곳이 아니다. 피서객의 발길을 끌어 모으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개최된다. 

해운대에서는 개장을 앞두고 모래축제가 벌어지고, 동해 망상해수욕장에서는 비치발리볼 경기가 열린다.

 

불꽃놀이, 물고기 잡기, 조개 줍기, 음악 공연 같은 이벤트는 곳곳에서 벌어진다. 

해운대해수욕장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스마트 비치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피서 용품을 빌릴 때 현금 대신 매표소에서 구매한 팔찌형 이용권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다.

팔찌형 이용권을 사면 미아 방지를 위해 아이에게 채울 수 있는 손목 밴드도 제공된다.  

 

해운대해수욕장의 스마트 비치 무인 발권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