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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60년> 관광버스, 편리하고 친근한 여행수단

천수만이무기 2014. 10. 25. 15:58

 

한국관광 60년 관광버스, 편리하고 친근한 여행수단

1959년 서울 반도호텔(현 롯데호텔 자리) 앞에서 열린 관광버스 시운전식.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1959년 서울 반도호텔(현 롯데호텔 자리) 앞에서 열린 관광버스 시운전식.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자가용이 보급되기 전, 여행자에게 가장 효율적인 탈것은 버스였다.

특히 관광버스는 정류장에 자주 들르는 일반 버스와 달리 명소에만 정차해 이용하기 좋았다.

단체관광의 대명사인 관광버스는 약 60년 전에 국내에 등장했다.

 

1956년 서울 인현동 서울관광버스㈜에서는 관광버스 10여 대의 시동식이 열렸다.

이 버스에는 라디오, 확성기, 난방장치 등 당시로서는 첨단 장비가 설치됐다.

 

신문에는 "난방장치와 제반 실내장치를 완비한 자국 초유의 관광버스 운행을 개시해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는 문구의 광고가 실렸다.

 

관광버스는 요일별로 경기도 포천, 가평, 양평, 시흥, 광주와 충청도 온양온천으로 떠났다.

왕복 운임은 온양온천 2천800환, 나머지 지역은 1천500환이었다.

이때 악극 관람료가 300환, 소설책이 500환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꽤 비싼 금액이었다.

 

'미려한 관광버스'는 서울 근교로 나들이를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반응이 좋았다.

그해 가을 서울관광버스의 버스는 남한산성, 광릉, 도봉산, 우이동으로 주 4∼5회 운행됐다.

오전 10시 무렵 출발해 오후 5시께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관광버스는 꾸준히 늘었다.

1959년에는 교통부 장관이 참가한 가운데 '정기운행 관광버스'의 시운전식이 개최됐고,

1960년에는 대한여행사가 미국 워싱턴DC의 버스 15대를 수입하기도 했다.

1970년대 버스 내 여성 안내원.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1970년대 버스 내 여성 안내원.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초기 관광버스에는 여성 안내원이 동승했다.

안내원이 되려면 '여중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신체 건강한 미혼 여성'이어야 했다.

 

이 안내원들은 버스 탑승객의 말벗이자 명소를 설명하는 가이드였다.

안내원이 점차 증가하면서 1970년대에는 모범 안내원 시상식이 펼쳐지기도 했다.

 

1960∼1970년대는 아직 관광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시대였다.

버스 기사가 약속 시간에 늦는 경우가 빈번했고, 웃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버스 안에서는 음주와 가무가 당연시됐다.

심지어 관광버스가 남성과 여성 관광객이 어울리는 '탈선 관광'의 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관광버스가 유용한 방편임은 분명했다. 좀처럼 여행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람을 쐬고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정부는 수시로 관광버스를 이용한 시티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1960년대에는 서울에서 시민회관, 경복궁, 창덕궁, 창경원, 남산, 남대문, 동대문을 일주하는

도심 순환 코스와 남산에서 남대문을 거쳐 명동으로 가는 야경 코스가 운행되기도 했다.

1990년 3월 개장한 서울 용산 관광버스 터미널. (연합뉴스DB)
1990년 3월 개장한 서울 용산 관광버스 터미널. (연합뉴스DB)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찾아온 변화는 자가용의 증가였다.

197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마이 카' 붐이 일었고, 1990년에는 서울 시민의 자가용 보유 대수가 13.6명당 1대꼴이 됐다.

 

하지만 관광버스는 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 등산을 즐기는 산악회 회원으로 인해

여전한 인기를 누렸다. 1980년대 초반에는 한두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전세버스를 이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1962년 192대에 불과했던 관광버스는 1983년 3천595대, 1991년 6천600여 대로 급증했다.

이후에도 증가세는 사그라지지 않아서 2013년 9월 기준으로 전국의 관광버스는 약 4만 대에 달한다.

2009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장애인용 관광버스. (연합뉴스DB)
2009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장애인용 관광버스. (연합뉴스DB)

 

가장 편리한 여행 수단인 관광버스의 진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일례가 2009년 첫선을 보인 장애인용 관광버스이다.

 

이 버스는 최대 10대의 휠체어를 수용할 수 있고, 전동 리프트가 장착돼 있다.

이로 인해 거동이 불편하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장애인들도 국내여행에 나설 수 있게 됐다.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