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이무기
보릿고개 본문
모두가 다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보릿고개라 했습니다. 대략 음력 4월이 되면 지난해 농사 양식은 다 떨어지고
아직 보리 수확은 이른 시기로 식량 마련할 길이 없는 참으로 딱한 시절입니다.
불과 40여 년 전에도 겪었던 일이니 그리 옛날도 아닙니다.
한 시인은 그 고개가 얼마나 높고 험했던지 이렇게 표현 했습니다.
“안 넘을 수 없는 운명의 해발 구천 미터 소년은 풀밭에 누웠다
하늘은 한 알의 보리알 지금 내 앞에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다“
황금찬의 시<보릿고개>中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산 세 개를 포개 놓은 것 보다 더 높다고 표현했습니다.
그 만큼 그 시절에 보릿고개를 넘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봄이 올 때마다 왜 하필 이 보릿고개가 떠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봄은 다 같이 생명을 입는 시기입니다.
그러나 봄은 겨울을 잘 이겨낸 사람에게만 주어집니다.
봄을 맞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혹은 봄이 왔음에도 여전히 겨울로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직도 알게 모르게 또 다른 모양의 보릿고개를 넘는 이들이 있습니다.
부디 함께 따스한 봄을 맞았으면 합니다.
힘겨운 겨울을 이겨낸 이들 모두가 아름답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길 기대합니다.
<최원현/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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