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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60년> 호텔, 이방인의 행복한 하룻밤을 책임지다

천수만이무기 2014. 10. 23. 16:59

 

<한국관광 60년> 호텔, 이방인의 행복한 하룻밤을 책임지다

올해 개관 100주년을 맞은 조선호텔의 1957년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잠자리뿐만 아니라 음식을 제공하고,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 호텔은 근대 여행업의 산물이다. 

조선시대에는 호텔 대신 주막이 존재했다. 주막은 길손에게 밥과 술을 판매하는 집이었다.

하루 동안 걸을 수 있는 거리마다 주막이 서 있었다.

당시에는 음식을 먹으면 잠은 공짜로 잘 수 있었다.

정해진 자리가 없어서 먼저 도착한 사람이 아랫목을 차지했고, 시설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호텔은 '식'(食)보다는 '주'(住)에 초점을 맞춘 공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호텔인 손탁호텔은 1902년 서울 정동에 문을 열었다. 

독일에서 건너온 손탁(Sontag)은 1885년부터 25년 가까이 조선에 머물며 항일 운동을 도왔다.

그녀는 고종이 하사한 방 5개짜리 양옥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지은 뒤 호텔을 개장했다.  

조선호텔과 쌍벽을 이뤘던 반도호텔. 현재는 롯데호텔이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DB)

 

호텔은 철도처럼 국내에 빨리 유입됐다. 1912년에는 부산과 신의주에 철도호텔이 지어졌고,

서울에는 1914년 조선호텔이 세워졌다. 1936년에는 조선호텔에 버금가는 규모의 반도호텔이 완공됐다. 

한국을 드나드는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서양식 숙박업소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에 따라 호텔이 잇따라 생겨났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조선호텔과 반도호텔은 용도가 변경되기도 했다.

조선호텔은 미군 사령부와 유엔군의 사무실, 반도호텔은 주한 미국대사관으로 쓰였다.

1950년대 중반 한 신문은 국내 관광 시설 실태에 대해 "반도호텔을 비롯한 조선호텔, 동래호텔,

경주호텔이 있을 뿐이다"고 꼬집었다.

이때 국내 호텔 대부분은 정부가 운영해 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투숙객이 적지 않았다. 

1960년대 접어들면서 호텔은 양적, 질적으로 성장했다.

1961년 정부가 관광사업진흥법을 공포하면서 '관광호텔'이 도입됐다.  

1962년에 준공된 서울 워커힐호텔.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2년 뒤에는 '동양 최대의 향락지'라는 수식어가 붙은 워커힐호텔이 개관했다.

국내 호텔 최초로 '여가' 개념이 강조된 워커힐호텔은 겨울에도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수영장이 있어 커다란 화제를 모았다. 

 

1960년에 국영 245개였던 호텔 객실 수는 1966년 국영 585개, 민영 1천335개로 증가했다. 

호텔의 일대 혁신은 조선호텔이 1970년 재개관하면서 이뤄졌다.

2년이 넘는 공사 끝에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조선호텔은 20층 건물에 객실 504개, 1천 명을 동시에 수용하는

연회장 등을 구비한 '매머드 호텔'로 일컬어졌다. 호텔 내에는 칵테일 라운지, 나이트클럽, 커피숍도 들어섰다.  

인파로 북적이는 1975년의 서울 타워호텔 수영장.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1979년은 대폭발의 해였다. 우선 대표적인 특급 호텔인 롯데호텔과 신라호텔이 개장했다.

반도호텔이 있던 곳에 신축된 롯데호텔은 지상 38층 건물로 압도적인 면모를 뽐냈고,

신라호텔은 한국 고유의 분위기를 살린 호화 호텔로 자리매김했다.

 

이외에도 서울가든호텔과 경주의 조선호텔, 도큐호텔이 속속 손님맞이 채비를 마쳤다.

서울올림픽은 호텔이 늘어나는 또 다른 계기가 됐다. 합작 호텔은 1986년 이미 18개였지만,

그해 13곳이 추가로 설립을 신청했다.  1988년에는 인터컨티넨탈호텔, 스위스그랜드호텔, 르네상스호텔 등

외국계 체인 호텔이 준공되면서 국내 호텔과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이들 호텔은 외국에서 발달된 경영과 서비스 기법의 노하우를 국내 호텔에 이식했다. 

1990년대에는 도심형 호텔 일색이던 국내에 리조트 호텔이 등장했다.

특히 경주와 제주의 여러 호텔은 상용 고객이 아닌 관광객을 위해 변신을 시도했다.

일례로 제주 신라호텔은 일부 시설을 증축하면서 보다 넓은 객실, 뛰어난 조망, 다양한 레저 프로그램 등을 선보였다.  

2012년 서울 여의도에 개관한 콘래드 서울. (연합뉴스DB)

 

2010년 이후 국내 호텔은 다시 한 번 건설 붐을 맞고 있다.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과 여가 문화의 확산으로 곳곳에서 호텔이 세워지고 있다.

콘래드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코트야드 서울 판교 등이 영업을 시작했다.  

호텔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조만간 '공급 과잉'의 위기를 맞을지,

아니면 탄탄대로를 달려갈지는 몇 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