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글모음/이런 저런 이야기 (92)
천수만 이무기
아버지의 아르바이트 평생 꽃 한 송이 선물한 적 없던 아버지가 꽃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친구들과 지하철을 탔는데 우연히 아버지와 마주친 것이었다. 아버지는 당황해 손에 든 걸 놓칠 뻔했다. 꽃은 사치라고 여기던 아버지라 참 의외였다. 친구들은 로맨틱하다며 야단이었다. 꽃 사이로 “사랑하는 선영 씨! 생일 축하해요.”라는 메모가 보였다. 친구들이 부러워할수록 눈시울은 점점 뜨거워졌다. 선영 씨는 엄마가 아니라고 얘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퇴근하는 아버지를 골목에서 기다렸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어요?” “…….” 아버지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당시 항암 치료 중이던 엄마한텐 차마 말할 수 없었다. 한 달쯤 지났을까? 아버지가 화장실에 간 사이 문자 메시지 수신음이 울렸다. 선영 씨인가 ..
변해가는 인연... 부모님 돌아가시니, 일가친척 멀어지고, 직장 그만두니, 동료들 연락 끊어지고, 좋아하던 술 팍 줄이니, 하루를 멀다 하고 전화질 하든 초빼이 친구들이 전화조차 드문드문하다. 몸이 게을러지니, 나가길 싫어하고, 지갑이 빼빼하니, 불러도 못나가는 핑계가 풍년이다. 몸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지는지, 인연이 멀어지는 소리가 가을바람에 낙엽구르는 소리처럼 바스락 바스락한다. 세월따라 인연도 달라지는 것을 예전엔 몰랐다. 어린 시절의 친구들이 그대로 늘~ 함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리고 학창시절의 친구들도 늘 영원한 친구라며 언제나 함께 할 줄 알았는데, 사회생활 친구들과 늘 함께 하며, 삶을 이야기하며, 한잔의 술에, 인생과 그리움을 이야기하며 울고 웃고 행복했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가? 이..
친구 생일 축하 모임을 가졌다 코로나도 있고 해서 한동안 어울리지 못했는데 친구들끼리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한 명이 귀 빠진 날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렇잖아도 다들 마음은 주저주저 하면서도 몸은 근질근질 했는데 좋은 구실이 생긴 거다.모처럼 모여 한잔 했다. 자연스레 생일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아침에 미역국은 얻어 먹었냐부터 이제 우리 여생에 생일이 몇 번이나 남았을까하는 쓸쓸한 대화까지 나누다 생각지 않게 많은 걸 깨닫게 됐다. 쓸데없이 한 친구가 물었다. 생일을 왜 귀 빠진 날이라고 부르는지 알아? 그러게 코나 눈 빠진 날도 아니고 왜 하필 귀 빠진 날이지? 태아는 머리부터 세상에 나오는데 산모에겐 그때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이다 산부인과도 제대로 없던 시절 시골집에서 순산은 쉬운..
일그러지는 마지막 세대(世代) 자립(自立)하는 첫 세대(世代) 어느새 일흔줄을 넘기다보니 구속도 속박도 또한 의무나 책임감도 없어지고 간섭도 사라지며 마음적으로는 좀 넉넉하고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그래도 가슴속에 자리잡고 남아있는것은 아직도 모든것 내려놓지못하고 있는것 같다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즐기며 멋쟁이 노년으로 살고 싶은데... 먹고 싶으면 먹고, 하고 싶은거 하면서, 가고싶은데 언제든 가며, 보고싶은 지인들 만나며 사는것, 이것이 우리 노년의 바램이고 인생이 아닌가 묵상에 젖어본다 무심히 흐르는 구름 따라 세월은 흘러 어느덧 서리가 내리고 낙엽에 실린 가을도 깊어만 간다. 참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이다. 국민학교 다닐 때 보따리에 책을 싸서 어깨에 메고 뛰던 그 시절 보릿고개에 배 꺼진다고 어른들은..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다가 왔습니다 일상속에 힘들고 괴로웠던 일들을 잠시 접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가족 친지 이웃과 함께 한가위 풍성한 보름달 처럼 마음 속 달도 희망과 행복으로 가득 차오르기를 기원하며 즐겁고 풍로로운 추석명절 기쁨으로 보내시길 바람니다 천수만 이광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