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이무기
고향 집 본문
고향 집
서해안 고속도로로 두 시간 정도 달리다 보면
서산, 해미. 수덕사 이정표가 지나가고 바로 홍성 톨게이트가 나오지요
이곳을 빠져나와 왼쪽으로 안면도 이정표를 따라
10분쯤 천수만 바닷 쪽으로가면 방조제 시작 지점에 수문이 보입니다
여기에서 왼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제가 태어나서 자라던 고향집이 있고
어릴 때 철없이 뛰놀며 꿈을 키워가던 아주 작은 바닷가 마을입니다
"충청남도 홍성군 서부면 상황리 196번지"
그동안 애들 뒷바라지며 먹고 사는데 정신이 없어
앞뒤 돌아 볼 겨를도 없이 조그만 마음의 여유도 갖지 못하고
흘러간 세월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 평생을 훨씬 넘었으니...
이제부터는 조금이라도 여유를 가지며 즐겁게 살아보려고 생각해 보지만
벌써 몸과 마음이 피곤함을 느끼게 합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아직도 때 묻지 않은 내 고향,
조상님이 터잡고 사시던 오래된 시골마을,
바다를 벗 삼고 자연을 즐기고...
이렇게 살면 아~~좋으련만...
아직도 정 많고 살기 좋은 고향을 두고
인정의 비바람 삭막한 타관에서 무정한 세월만 베어 먹고 있으니...
혹시나 하고 요즘은 자주 시골집에 들러 봅니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비워놓고 관리하지 않은 옛집은
폐허로 변해 있고 논과 밭은 잡초 무성한 산으로 바뀌어 있으니...
그래도 앞뜰 뒤뜰에 무심한 과일나무들은 매년 풍성하게 열매를 맺네요
밤, 대추, 은행, 감등 내가 어렸을 때 심어 놓은 나무들인데...
어서 오라고, 기다리기 라도 하는 듯이 말이죠.
어떻게 손을 보아 그냥 옛날처럼 살아 볼까?
모두 뜯어내고 다시 지어볼까?
괞찮은 집 구입해서 이사해 볼까?
아니면 지금처럼 익숙해진 서울에서 사는 게 더 좋을까?
이제 힘도 없고 농사도 할 줄 모르는 내가 뭘 믿고 시골로...
생각은 많은데 쉽게 결론이 안 납니다
그래도 소설처럼 낭만 있고, 유행가 가사처럼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재미나게 살아 보고 싶긴 합니다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즐겁게 하루를....
시골집에 다녀오면서 천수만 방조제 A, B지구 중간에 있는 섬
어리굴젓으로 유명하고 밀물이 들어오면 섬 전체가 고립되며
오로지 암자 하나밖에 없는 섬 간월도에 들러서
삼국 시대 때 원효 대사가 수행하기도 하고 고려 말에는
무학대사가 수도중 달을 보고 득도한 후 "간월암"이라 명명했다는
조그만 절 간월암을 구경하고, 안면도 백사장항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같이 동행했던 안광천 사장의 고향 동창생이 운영하는 횟집
"유진 수산"에 들러 그야말로 싱싱하고 살이 꽉 찬
자연산 대하 구이와 우럭, 도다리회, 소라, 꽃게탕등
융숭한 대접에 실컷 잘 먹고 왔습니다
유진수산 사장님 내외분께서 친구가 왔다고
이것저것 메뉴에도 없는 귀하고 맛있는 해물들 골고루 내주셔서
배가 터지도록 이란 말을 꼭 써야 할 만큼 많이 맛있게 먹고
재미나게 놀다가 하룻밤 섬에서 자고
이튿날 아침에는 꽃게탕으로 해장국 겸
아침 식사까지 거하게 신세 지구 왔습니다
게다가 또 바닷가에 온 기념이라고
비싼 새조개로 담은 젓갈도 한통씩 선물로 주시고요
오랜만에 어려서 먹어 보던 고향 맛 제대로 느끼고 왔습니다
정말 서울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싱싱한 자연의 맛이었습니다
유진수산 양희모 사장님 내외분 정말 감사합니다.
안내해 주신 안사장님도 고맙구요...
서해대교 행담도 휴게소에서
간월암 절 앞에서 안광천사장과
절 마당에서 김선호 님과 안광천님
썰물 때 간월암 뒤쪽 전경
물이 들어왔을 때
갯바위에서 한컷
백사장항 유진수산 양희모 사장 내외
상가 전경 맨 왼쪽 유진수산
언제나 그리운 내 고향산천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정처 없이 흘러간 내 청춘
훌쩍 지나간 세월이 야속도하여라
밤하늘에 별들이 속삭이고
휘영청 밝은 달빛이 내 고향도 비추겠지
꿈에도 그리운 내 고향
자나 깨나 그리운 고향산천
뒷동산 소쩍새가 울 때
고향 떠나온 지 반세기
이제는 늙고 늙어 백발이 되고
육신이 쇠퇴하여 이 한 몸 가늘길 없으니
그리운 내 고향산천 가는 길이
멀어져 가는구나
아.!
그리운 내 고향산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