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이무기
참새 본문
요즘은 사라진 풍경이 됐지만 예전엔 ‘눈 내리는 날 참새 잡기’란 게 있었다.
하얀 눈이 밤새도록 소리 없이 이불처럼 온천지를 소복히 덮어 놓은 겨울날 헛간 한쪽에 큼지막한 대소쿠리나
지게에 매는 바지게, 아니면 아궁이 재를 담아내는 삼태기의 한 귀퉁이를 부지깽이로 받쳐 세워 덫을 놓고 새끼줄을
길게 매어 방문까지 늘여 둔다 그 안에 알곡이나 싸래기 따위를 뿌려두면 배고픈 참새들이 먹이 찿아 포르릉
날아들었다.
녀석들이 모이를 쪼아 먹느라 정신없을 때 방안에서 문구멍으로 내다보고 있다가 새끼줄을 당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또 아이들은 Y 자로된 나뭇가지에 고무줄로 맨 새총으로 참새를 잡으려다 남의 집 장독을 깨
혼쭐이 나기도 했다.
읍내에 사는 자전거포 아저씨는 산탄 공기총을 메고 시골동네 여기 저기 다니며 탱자나무 울타리나 대숲에 날아든
참새 떼를 겨냥하며 폼잡고 다녔다. 그때 산탄 공기 새총 들고 다니며 펌프 끝을 한발로 밟고 힘차게 바람 넣으며
폼잡던 포수들,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 마을의 여기 저기 때가 지나는 줄도 모르고 졸졸 쫓아 다니던 생각이 난다.
역시 지금은 볼 수 없는 추억 속의 풍경 하나가 포장마차의 참새구이다.
도통 살이라곤 없을 것 같지만 여하튼 70, 80년대만 해도 포장마차에 단골 메뉴는 참새 구이였다
가끔씩 메추리가 참새 대신 나오기도 했지만... 퇴근길 주머니 얄팍한 샐러리맨들 참새구이 안주로 쐬주잔을
기울이며 고단한 하루를 위로받곤 했었는데....지금은 완전히 추억 속으로 사라진 포장 마차 참새구이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새라면 역시 참새가 아닐까.
이 땅의 대표적 텃새 인데다 인가 근처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새가 바로 참새다.
볼품없이 작은데다 예쁜 구석도 없는 이 조그만 새에게 ‘좋은 것’을 의미하는 ‘참’자를 붙여준 것은
아마도 참새에 대한 남다른 정을 가지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흔히 "참새는 죽을 때도 짹 하고 죽는다"하며 ‘작고 보잘것없는 것’의 대명사 처럼 ‘힘없고 빽 없는 민초’ 를
상징하는 새 인데.....
그렇게 우리와 애환을 같이했던 그 참새들이 이제는 여러가지 이유로 급속도로 사라져 가고 있으며 보기 조차
힘드니 정말 아쉬움이 크다.
춥고 흰 눈이 내리는 지금 거실에 멍하니 앉아서 창밖 정원수 사이로 왔다 갔다 날아 다니는 이름 모를 새들과
베란다 새장안에 가둬놓고 아침 저녁 밥시중만 들고 있는 우리 집 새들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어린시절 시골집에서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이제는 영영 그시절은 안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