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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 이무기
어느 다정하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싸움을 한 다음, 할머니가 말을 안 했습니다. 때가 되면 밥상을 차려서는 할아버지 앞에 내려놓으시고 한쪽에 앉아 말없이 바느질을 합니다. 그러다가 할아버지가 식사를 마칠 때쯤이면 또 말없이 숭늉을 떠다놓기만 합니다. 할아버지는 밥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할머니가 한마디도 안하니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할머니의 말문을 열어야겠는데 자존심때문에 먼저 말을 꺼낼 수는 없고, `어떻게 해야 말을 하게 할까?` 할아버지는 한참동안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빨리 할머니의 침묵을 깨고 예전처럼 다정하게 지내고 싶을 뿐입니다. 잠시 뒤 할머니가 다 마른 빨래를 걷어서 방안으로 가져와 빨래를 곱게 접어 옷장안에 차곡차곡 넣었습니다. 말없이 할머니..
원 어느 절의 주지스님께서 마당 한 가운데에 큰 원을 그려놓고는 동자승을 불러서 문제를 내셨습니다. “내가 마을을 다녀왔을 때, 네가 이 원 안에 있으면 오늘 하루 종일 굶을 것이다. 하지만 원 밖에 있으면 이 절에서 내쫓을 것이다.” 그리고는 마을에 나가셨습니다. 동자승은 난감했습니다. 원 안에 있자니 가뜩이나 배가 고픈데 오늘 하루 종일 굶어야 할 것이고, 원 밖에 있으면 절에서 내쫓김을 당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냥 하루 종일 굶는 길을 선택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냥 절을 나가야 할까요? 저녁 늦게 드디어 주지스님이 돌아오셨습니다. 그런데 이 동자승은 하루 종일 굶을 필요도 없었고, 절에서 내쫓김도 당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선택을 했던 것일까요? 어느 분은 이 ..
삶의 역설(逆說) 날아오르는 연줄을 끊으면 더 높이 날 줄 알았다. 그러나 땅바닥으로 추락(墜落)하고 말았다. 철조망을 없애면 가축들이 더 자유롭게 살 줄 알았다. 그러나 사나운 짐승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관심(關心)을 없애면 다툼이 없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다툼이 없으니 남남이 되고 말았다. 간섭을 없애면 편하게 살 줄 알았다. 그러나 외로움이 뒤쫓아 왔다. 바라는 게 없으면 자족할 줄 알았다. 그러나 삶에 활력(活力)을 주는 열정(熱情)도 사라지고 말았다. 불행(不幸)을 없애면 행복 할 줄 알았다. 그러나 무엇이 행복인지도 깨닫지 못하고 말았다. 편안(便安)을 추구(追求)하면 권태(倦怠)가 오고, 편리(便利)를 추구(追求)하면 나태(懶怠)가 온다. 나를 불편하게 하던 것들이 실은 내게 필요한 것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이겨라" 1, 조급해하지 마세요. 급한 사람은 실수가 많습니다 지나치게 신중한 사람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도 망설이다 일을 그르치고, 지나치게 덜렁대는 사람은 성공보다는 낭패 볼 확률이 더 높다. 현대는 이 두 인물의 절충형을 원한다. 2, 화를 내지 마세요. 이성을 잃어 가슴을 멍들게 합니다 누구든지 화를 낼 수 있다. 그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다. 그러나 어떤 대상에게 알맞는 정도로, 적당한 시기에,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올바른 방법으로 화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뿐더러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3, 시기하지 마세요. 창조와 생산이 중단됩니다 현명한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한테서도 배울 것이 있지만,어리석은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한테서도 배울 것을 취하지 못한..
높다고 해서 반드시 명산이 아니듯이 나이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어른은 아니지요. 가려서 볼 줄 알고, 새겨서 들을 줄 아는, 세월이 일깨워 준 연륜의 지혜로 판단이 그르지 않은 사람이 어른이지요. 성숙이라는 높임으로 낮춤이라는 겸손으로 비움이라는 무소유로 스스로 넓어지고 깊어질 줄 아는 사람이 참어른 이랍니다. 새벽 강가에 홀로 날으는 새처럼 고요하고 저녁 하늘 홍갈색 노을빛처럼 아름다운 중년이여! 한해 또 한해를 보내는 마음으로 인생의 무상함을 서글퍼 하기 보다 깨닫고 또 깨달아야 합니다. 삶의 교훈이 거름처럼 쌓여가니 내나이 한살 더하여도 행복해야 합니다. 젊음도 좋지만 건강이 최고랍니다. 마음은 비우고 속은 채워서 건강한 생각으로 복된 하루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참 좋은 만남으로 맺어진 인연 언제까지나 변치않는 마음으로 살면 좋겠습니다 가슴을 열어 놓고 언제나 만나고픈 그런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소한 오해들로 등 돌리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눈으로 같은 마음으로 같이 볼 수 있는 그런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작은 비밀이 되어 가슴에 묻은 채로 좋은 나날이 계속되면 좋겠습니다. 무언가 기대하기 보다는 주어도 아깝지 않을 그런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며서로의 영혼 감싸 안을 줄 아는 그런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끔은 그대와 마주하는 듯한 마음으로 편안한 인연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최유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