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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투티가 더 큰 새끼에 ‘강제급식’하는 이유

천수만이무기 2021. 8. 30. 08:53

 

 

후투티가 더 큰 새끼에 ‘강제급식’하는 이유

 

먹이 등 환경조건 좋으면 보채는 새 먼저, 나쁜 상황에선 큰 새끼 먼저

생존 가능성 더 중시한 결과…조사 대상 4분의 1에서 나타나

 

» 이 땅강아지를 누구한테 줄까.

여름철새인 후투티는 먹이가 부족하거나 환경이 불안정할 때는

더 큰 새끼 입에 넣어준다.

사진=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번식기를 맞은 새들은 바쁘다.

짝을 찾고 둥지를 만들어 알을 품기까지도 힘들지만

새끼가 태어나면 고행은 절정에 이른다.

쉬지 않고 보채는 새끼들을 먹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미가 먹이를 물고 둥지에 날아들면 새끼들은

일제히 입을 한껏 벌리고 소리를 지르며 먹이를 달라고 조른다.

대개 먹이는 한 번에 하나밖에 없다. 누구 입에다 넣어 줄까. 그것이 문제다.

 

» 흰머리오목눈이 새끼 한 마리는 먹이를 조르고 나머지 하나는 무심해 보인다.

어미의 선택은 단순히 새끼의 입 벌린 크기나 소리의 정도가 아니라 주변 환경 여건에 따라 결정된다.

사진=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흔히 먹이를 덜 먹어 배가 고픈 새끼가 더 억척스럽게 먹이를 조르고,

어미는 당연히 그렇게 보채는 새끼를 우선적으로 먹여

형평성을 이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연 그럴까.

 

영국 옥스퍼드대 동물학과 박사과정생인 샤나 카로는

새의 번식에 관한 많은 연구가 있는데도 어느 새끼에 먹이 주는지에 대해

해석이 제각각이란 데 주목했다.

 

그는 전 세계 새 143종을 대상으로 새끼 기르기를 조사한

300건 이상의 연구 결과를 분석해 그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3월29일치에 보고했다.

 

» 팔색조가 먹이인 지렁이를 갈무리해 온 다음

어느 새끼에 줄지 망설이고 있다.

사진=윤순영

 

연구팀의 결론은 번식지 환경의 예측가능성과 질이 먹이 주는 방법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환경이 좋을 때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어미는 배고프다고 보채는 새끼에 우선적으로 먹이를 준다.

여건이 좋고 예측 가능하면 어미는 새끼를 모두 길러내는 전략을 펴는 것이다. 

 

덜 먹어 발육상태가 늦은 새끼를 우선적으로 돌보는 것이 그런 전략에 맞는 선택이다.

가장 시끄럽게 보채고 입을 크게 벌리는 새끼 입에 먹이를 넣어주면 된다.

 

» 새끼가 있는 둥지에 먹이를 물어온 물까지.

사진=윤순영

 

그러나 먹이가 부족하거나 어떻게 될지 모를 때 어미는

새끼의 ‘상태’보다 ‘자질’을 먼저 본다.

 

먹이를 조르는 작은 새끼를 제쳐놓고 나중에 생존할 가능성이 큰  

몸집이 나은 새끼한테 먹이주기를 집중한다는 것이다.

 

조사한 종 가운데 4분의 1에서 이런 행동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역경에 닥친 후투티는 배 고프다고 야단인 작은 새끼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배가 불러 잠자코 있는 커다란 새끼의 부리를 벌려 ‘강제 급식’을 하기도 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갈라파고스의 물새인 푸른발부비도 더 큰 새끼가 어미한테 더 많이 조르고 더 많은 먹이를 획득한다.

 

» 새끼에 먹이를 주고 있는 후투티.

사진=에이피 연합

 

카로는 “먹이 사정이 좋지 않을 때 가장 큰 소리로

먹이를 조를 수 있는 것은 가장 건강한 큰 새끼이다.

그럴 때 큰 새끼의 소리는 조르는 게 아니라 자랑하는 것에 가깝다.

 

마치 ‘내게 투자해. 내가 가장 확실한 새끼니까.’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또 나쁜 여건에서 새끼를 기를 때 새들이 고려하는 유망한 새끼의 자질로는

몸의 크기와 소리 크기 말고도 입의 오렌지색 밝기, 특정 깃털이 반사하는 자외선 강도

등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홍섭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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