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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이무기 2009. 3. 13. 17:12

 

 

 

이동 영화차를 이용한 야간 영화상영 장면입니다.
TV가 없던 시절 농촌지도소에서는 마을을 순회하면서
영화를 상영하여 영농기술습득 및 주민 계몽운동을 전개하였음.   
<농촌진흥청>  

 

가설극장

학교가 파하고 하교 시간 집으로가는 길옆 상점 담벽에 영화 포스터가 여러장 붙어 있다
괞히 가슴이 설레이고 마음이 들뜬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마부,쌍무지개 뜨는언덕,피리불던 모녀고개등 포스터가 울긋 불긋

주인공들의 얼굴이 개성있고 크게 나열되어있다

 

몇 장이나 붙었느냐에 따라 상영 일수가 대강 나온다.

대개 4~5일 길게는 일주일간 계속 할때도 있었다

 

 

 

오늘 저녁부터 몇일간 읍내 농협창고 마당에서 저녁마다 영화가 상영되나보다

마당에다가 높다란 장대를 여러개 빙둘러 박아 놓았다

조금있으면 천으로된 가림막을 기둥에 대고 둘러친다.

 

 

 

 

 

이윽고 시커먼 제무시(GMC)에 광고 포스터 울긋 불긋 붙이고

커다란 말코 나팔 스피커를 운전석 지붕위에 매단 광고 트럭이

이곳 저곳 시골 동네 마을을 돌며 녹음이라도 한것 같은

항상 똑 같은 선전 방송을 하고다닌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서부 면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본 대전 합동 영화사에서 오늘 밤 8시 이호리 농협 창고 앞 마당에서 상영될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 시네마스코프 총천연색.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과 사랑의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 아 ! 가난이 죄이던가, 아버지가 원망 스럽던가, 구두닦이로 어린동생들과

하루 하루를 힘들게 살아가야만하는 윤복이의 기막힌 운명은 언제나 끝이나려는가...

 

감동과 눈물어린 슬픈 사연의 이 영화를 가지고 오늘 밤 여러분을 모시겠사오니 부디 많이 많이

왕림하셔서 관람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대 하시고 고대 하시라 오늘밤 여러분을 모실 영화

김수용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은 "저 하늘에도 슬픔이" "저 하는에도~슬픔이"...

 

읍내에 가설극장 영화 상영이 있게 되면 늘 동네를 돌아다니며 시끄럽게 울려대던 선전원의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동네 꼬마들 장난치며 놀다가 스피커에서 나오는 선전 문구를 따라 흉내 내기도 하고 

오늘은 무슨 영화를 하는지 알고 싶어했다 라디오도 흔치 않던 당시는 스피커 소리가 동네에 울려 퍼지면

어른 아이 할것 없이 무슨 경사라도 난것 처럼 모두가 어수선하고 마음이 들뜨게 마련이었다

 

언제나 시골에서 집안 일만하던 누나들, 농사 일에 밤낮 없이 정신 없던 동네 형들...

일찌감치 저녁먹고, 있는 모양 없는 모양새 다내고 약속이나 한것 처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어스름 달밤에 마을앞 개울을 건너고 은봉산 서낭당 재를 넘어 읍내 농협 창고앞 가설 무대로 향한다 

덩달아 마음이 들뜬 나는 동네 누나, 형들 뒤를 따라 졸랑 쫄랑 따라간다 

 

농협 마당엔 훤하게 켜진 발전기 불빛아래 사람들이 웅성대고 스피커에선

"해~애 당화 피고 지는~~서~엄 마을에~~"등 인기 가수들의 구성진 노래 소리가 연신 흘러 나온다

 

형들은 모처럼 만나는 타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선술집에서 막걸리도 한잔하며

그동안의 얘기도 나누고 얼큰 해져서 상영 시간이 다 되어 갈때 포장친 마당으로 모인다

 

한껏 마음이 들뜬 읍내 꼬맹이들은 훤하게 주렁 주렁 매달린 전등밑어서 왁자지껄 이리뛰고, 저리 숨고,

찿아다니고, 신난다 아예 입장권 살 돈이 없으니 처음 부터 들어가서 구경할 생각은 못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포기하거나 바로 집으로 가는 애들은 없다.

 

입장권 표는 없지만 영화가 시작되면 기도(입구에서 표받는사람) 아저씨 눈을 피해

한쪽 구석의 포장을 잽싸게 쳐들고 살짝 기어 들어가기도하고 또 영화가 끝나갈 무렵

아예 포장을 열때가있다 이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어쨌던 시간이 한참지나 미리 입장해 기다리고있던 사람들이 지루해하기 시작하고 궁금해서 서로들 

"아니 언제 시작하는겨" 하며 웅성웅성할때 드디어 "손님 여러분 지루한 시간 오랬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손님 여러분 지루한시간 오랬동안기다리셨습니다"하는 짧막한 안내 방송과 함께 여기저기 말뚝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던 누런 전등불이 동시에꺼지며 촤르르 영사기가 돌아가고 영화가 시작된다

 

시끌시끌 어수선 하던 분위기는 갑자기 조용해지고 대한늬우스가 시작되는것이다
그때는 본영화 시작 하기전에 꼭 "대한늬우스"라하여 대통령과 영부인의 해외 순방이나 국가 선전

내용등을 상영하였다 특히 월남에서 용감하게 싸우는 파월 장병 소식과 위문공연은 단골 뉴스였다

 

이렇게 해서 본영화가 시작되어  슬프고 애절한 장면들이 나올때는 여기 저기서 여인들의 흐느낌이들려온다
또 주인공이 악당들의 음흉한 계략에 넘어가 잡혀가서 온갖 고초를 당하며 기진맥진 다 죽어갈때는

모두가 숨을 죽이고 조용하다가 마침내 천신만고 끝에 죽을힘을 다해 원수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탈출 할때는 일제히 와~아~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를 치기도한다

 

스크린은 바람에 흔들거리고 비가 오듯 지지직 거리며 마침내 갑자기 화면이 하얗게 변하면서 영화가

멈춘다 필름이 끊긴것이다 여기저기서 에이,에이~하며 휘익~ 휘익~ 휘파람도 불고 웅성웅성, 그러나 바로

다시 영화는 이어지며 조용해진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숙달된 영사기 기사의 재빠른 복구 실력이다 

 

 

 

 

영화 한편 보려면 보통 서너번은 이렇게 끈기고 이어지기를 반복 해야한다

또 한쪽 귀퉁이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시끄럽지만 돌아 가던 발전기는 왜 또 스르르 꺼지는지...

하여튼 이렇게 해서 1시간 반짜리 영화가 보통 2시간 이상은 되어야 마친다

 

보통 끝나기 20~30분전이면 둘러쳐져있던 천막이 걷어 올려진다

밖에서 어슬렁 거리며 바람 불때마다 펄럭이는 천막 사이로 힐끔 힐끔 안을 훔쳐 보던 읍내 꼬맹이들

이때 우르르 들어가 앉아 마지막 장면 이라도 보게된다 아직 집에 안가고 기다린 보람이다

 

이튼날 학교에 가면 쉬는 시간 마다 여기저기 모여서, 어제본 영화얘기다 실제 영화보다 더실감나는 영화 이야기가

꽃을 피운다 어제밤 중간이 넘어 끝 부분 만이라도 영화를 본 친구나 또 재수 좋게 기도 아저씨 입구에서 표받느라고

바쁜 틈에 몰래 한쪽 포장 밑으로 살짝 기어들어가 혹시나 걸릴까봐 조마조마 가슴조이며 꽁짜로 본 친구의

무용담이며 영화 줄거리를 그나마 못본 친구들 모아 놓고 침 튀기면서 설명한다,

 

어떤 애는 의자 위에,책상위에 까지 올라 서가며 내 내기도하고,"신영균이가 있잖아,허장강이가 배신해서

일본놈에게 잡혀갔다가 죽을 힘을 다해 탈출 성공할때 야~아 그때 진짜 통쾌하더라,영화 진짜 자알 됐데"하면서

표정이며 목소리 까지 배우 흉내를 낸다 어떤 때는 영화를 보는것 보다 얘기가 더 실감나기도 하고...

오늘은 또 어떻게 해서 꽁짜로 볼수 있을까 저녁이 기대된다.

 

하여튼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때 우리 부모님 또는 어른들은 슬픈 영화를 너무 너무 좋아하셨던것같다 

아마도 당신들의 생활이 고단함의 연속이었기에 영화속의 슬픔이 대리 만족으로 자기 위안이 되어 그러지않았을 런지...

아련하게 지나간 날들의 추억을 더듬어 보면서... 

 

 

그때 그시절 추억의 영화들

 

 《저하늘에도 슬픔이》

 

국민학교에 다니는 이윤복은 가난한 가정에서 살아갑니다.

노름을 즐겨하는 아버지의 학대에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집을 나가버리지만

윤복이는 어린 동생들을 위로하며 구두닦이로 연명하면서

그날그날의 일을 일기로 적어나갔습니다.

 

마침내 그의 일기가 담임 선생님(신영균)의 호의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어

그 책은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가고 또한 각계로부터 온정이 답지합니다.

이제 아버지도 새사람이 되고 집을 나갔던 어머니도

돌아와 잘 살게된다는 실화.

 

한동안 전국을 울음바다로 만든 영화였지요.

동요 '따오기'가 영화 속에 몇번 나왔는데

무척 애처럽게 들렸습니다.

 

 


《구름은 흘러도》


일본의 어느 광산촌에서 아버지마저 잃고 어린 4남매는 뿔뿔이 헤어지는데 일기를 쓰는 일로
동생들이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던 언니의 이야기가 우연한 기회에 책으로 출판되어 전국민
들에게 감동을 주게되고 마침내 4남매가 다시 모여 살게 된다는 재일동포의 눈물어린 순정
실화 영화..



《피리불던 모녀고개》


행복한 가정주부였던 이민자는 뜻하지 않은 실수로 사랑하는 남편, 딸 자식과 생이별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이어서 딸은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어머니는 딸을 그리워합니다.

두 모녀 사이에는 기구한 비운이 숱하게 가로 놓이지만 마침내 모녀는 눈물과 기쁨의 재회를 합니다.



《에밀레종》



《쌍무지개 뜨는 언덕》


《외나무다리》


사랑하는 여자 김지미를 동네 건달 허장강이 겁간하여 사랑이 깨지고, 그 일로 실성을
한 최무룡을 그의 어머니 황정순이 등에 업고 외나무다리를 건넌다는 이야기

 


《육체의 길》


화목한 가정의 가장인 김승호는 깡패인 허장강의 앞잡이가 되어 나쁜짓을 일삼는 김지미를
동정한 나머지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와 함께 유랑서커스단의 일원으로 전전하다가
마침내 여자는 죽고 자신도 폐인이 되어 버립니다. 훗날 화목하던 옛집을 찾아가지만

차마  가족 앞에 나타나지 못하고 다시 정처 없는 방랑의 길을 떠납니다.



《홍도야 우지마라》


오빠의 학비마련을 위해 기생이 된 홍도(김지미)는 오빠의 친구와 사랑하게 되어

그의 부모  반대를 물리치고 결혼하지만 그가 유학을 떠난 뒤 홍도는 시집에서 쫓겨 납니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그가 부호집 딸과 약혼식을 하는 장소에 달려간 홍도는 흥분하여
그 부호집 딸을 찌르고 살인현장에 달려 온 경찰관이 된 오빠(신영균)에 의해 쇠고랑이 채워집니다.



《천안삼거리》


엄앵란의 부친이 당쟁에 말려 참변을 당합니다.
그녀는 같은 처지가 되어 지금은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고 있는 총각 신성일과 사랑을 맺습니다.
그 무렵 음탕한 이예춘이 그녀를 탐한 나머지 말을 듣지 않는 그녀를 투옥하고 괴롭힙니다.
때마침 암행어사(신영균)의 행차가 있어 그들이 구출됩니다.



《화랑도》


사랑하는 적국(敵國)의 공주를 못잊어 야반에 공주의 방으로 들어 가다가 그만 근위병들에게
붙잡힌 몸이 되어버린 주인공.
심한 고문을 받으며 서서히 고개를 들자 얼굴에 나타나는 수많은 고문의 흔적들..
(총천연색이였기에 실감이 훨씬 더했습니다)
그때 극장 안 앞뒤 여기저기서는 동네 여자들이 어마~ 어마~! 하며 차마 못보겠다는 듯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숙이고 난리였습니다..


《동백아가씨》


섬처녀인 엄앵란는 서울서 온 대학생 신성일과 사랑하여 임신하게 되자, 그를 찾아 서울로 갑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유학을 떠난 뒤였고, 거리를 전전하던 그녀는 자살을 기도하기도 하지만 결국
'동백빠아'의 여급이 되어 살아 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옛애인인 신성일을 만나나, 그는 이미 다른 여인과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었기에
그녀는 아이를 그에게 넘겨준 뒤 다시 섬으로 돌아갑니다.



《언제나 그날이면》


북한에서의 그들은 마음으로 밖에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열성당원의 딸인 김혜정과 봉건
지주계급의 아들인 신영균은 너무나도 신분이 상반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마음 대로
만날 수조차없이 안타까이 사랑하던 두 사람은 6.25를 당하고 다시 만날 기약없이 영영
헤어지고 맙니다. 그후, 신영균을 찾아 월남한 김혜정은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데 이 어찌된
운명의 장난입니까? 영영 헤어진 줄 알았던 신영균을 우연히 만나게 되지만 이미 남의 아내
가 된 그녀를 남자는 모르는 척 외면해야만 했습니다..


《성웅 이순신》



《석가모니》






《고개를 넘으면》

김동원과 최은희는 학창시절부터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각각 다른
사람과 결혼하였지만 서로를 늘 잊지 못합니다. 두 사람의 사이에는 사랑하던 시절에 낳은
딸애가 있었는데 그 딸애를 다리로 하여 중년이 된 이후 우여곡절 끝에 다시 결합한다는
영화였습니다.



《바보 온달》

 

간악한 신하들의 흉계에 빠져 신변에 위협을 느낀 평강공주(김지미)는 궁궐을 빠져나와 도주
하다가 산 속에서 움막을 짓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있는 온달(신영균)의 도움을 받습니다.
어려서부터 울기를 잘하던 평강공주를 달래기 위해 왕(김승호)은 이다음에 크면 온달에게
시집을 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곤 하던 바로 그 온달이었습니다.
비록 바보스럽고 무식하기만한 온달이지만 그가 큰 그릇임을 알아 챈 평강공주는 온달에게
정성을 다하여 글과 무예를 가르키고 마침내 부부가 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훌륭한 무사가 된 온달로 하여금 궁궐로 들어가 간악한 무리들을 없애고
변방에 쳐들어온 여진족을 무찌르게 합니다.










《두만강아 잘있거라》


김석훈과 박노식은 일제 치하의 조국을 구하기 위해 만주로 떠나 독립군이 됩니다..
이때 사업자금이 쪼들리던 허장강은 자금을 마련해 볼 생각으로 일본군에게 독립군의 비밀을
밀고하고 이 때문에 김석훈의 어머니(황정순)는 고문을 당하다 죽음을 당합니다.
김석훈은 어머니의 죽음을 부른 것이 그의 연인인 엄앵란의 탓이라 생각하고 복수를 다짐합니다.
그녀는 오해를 풀고자 김석훈을 찾아 나서고 결국 그는 오해를 풉니다.
독립군은 일본헌병대와 전투를 벌이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황해와 박노식, 그리고 엄앵란은 죽은
시신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잃어버린 조국을 찾기 위해 몸을 불사를 것을 다짐합니다.

그 당시 영화 제목 가운데 유달리 강(江) 이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압록강아 말하라, 흑룡강, 송화강의 삼악당, 양자강, 두만강아 잘있거라, 낙동강 칠백리..


《돌아오지 않는 해병》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해서 북진을 거듭하던 해병대 용사들이

중공군의 역습을 받아  포위망을 좁혀오는 중공군과 필사적인 싸움을 벌이고

두 명(장동휘, 최무룡)만 살아 남고 전원이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 됩니다.
전투에 참가하는 분대원들에게 꼬마 전영선이

"오빠, 총알 맞으면 안돼. 그러면 죽어.."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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